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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아티스트 유유 Apr 18. 2019

스스로 마음의 탯줄을 끊었다

'나'를 책임질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되는 순간







엄마는 살면서 딱 한 번 나를 잃어버렸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어린이대공원에서 자식을 잃어버린 순간, 엄마는 ‘갑자기 땅이 푹 꺼져서 걸을 수 없었다’고 했다. 



유미야, 유미야, 유미야…… 



애타게 내 이름을 불렀을 엄마. 길 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물어봤겠지. 단발 곱슬머리에 허리춤만 한 여자아이를 봤느냐고. 어느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가 길 잃은 널 찾아줬어. 천만다행이지. 정말 널 잃어버리는 줄 알았어.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엄마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흘러 단발머리 여자아이는 어른이 되었지만, 이따금 길 잃은 아이처럼 엄마를 찾곤 했다. 



엄마, 엄마, 엄마……     






나는 어른이 되지 못한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보란 듯이 독립했지만 곁을 맴도는 건 바로 나였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사랑을 필요로 했다. 있는 그대로 나를 이해하고, 돌봐 줄 사랑. 언제 어디서나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 줄 사랑이.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까닭 없이 멀어진 친구 앞에서 우물쭈물했던 나, 가족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쓰고 애썼던 나, 사랑하는 연인의 손을 놓쳐버린 나. 헤지고 깨져버린 내가 줄지어 늘어섰다. 그리고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 



“혼자 남겨지면 안 돼. 사랑해줄 사람이 필요해.”



하지만 나를 사랑할 의무는 누구에게도 없잖아. 엄마도 그런 사랑은 줄 수 없어. 이제까지 모른척하고 살았던 냉엄한 현실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리고 결심했다. ‘태어날 땐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탯줄을 잘랐지. 이번에는 내 손으로 잘라 낼 거야. 더는 사랑을 구걸하며 살지 않겠어’ 하고 선언하는 순간 마음의 탯줄이 떨어져 나갔다. 단지 마음에서 벌어진 일인데도 몸이 떨리고, 걸음이 휘청거렸다.  


    

유미야, 유미야, 유미야. 소리 없이 내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마음의 좁은 길을 따라 길 잃은 아이가 걸어왔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 아이를 품에 안고 이렇게 말해주었다.



“내가 부모가 되어줄게. 이제부터 내가 너의 엄마고 아빠야.”



아빠가 떠나고, 엄마가 날 밀어내도 나에게는 내가 있구나.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안도했다. 집을 나오는 게 독립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진짜 독립은 마음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스스로 부모가 되려면 주변의 도움이 없어도 몸과 마음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살림에는 영 취미가 없지만 때가 되면 밥을 먹이고, 깨끗한 잠자리를 준비했다. 엉성한 살림꾼이지만 매일매일 노력했다. 마음이 곤궁할 때면 바로 나에게 달려가서 아픈 곳을 살피고, 무엇이 필요한지 귀를 기울였다. 



내가 번 돈은 온전히 나를 위해 썼다. 애먼 죄책감이 끼어들 틈 없이 살 곳을 마련하고, 생활비를 충당했다.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아낌없이 투자하고, 일하는 데 필요한 값 비싼 장비도 척척 장만했다. 불안해하는 나에게 제법 의젓한 모습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야야, 걱정 마. 굶어 죽지 않아. 내가 먹여 살린다고.” 그렇게 말하고 나면 신기하게도 곧 마음이 가라앉았다.      



이제는 엄마의 부름에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주변을 맴도는 일도 멈췄다. 사랑을 달라고 떼쓰던 아이는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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