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사랑 없이 존재한 적이 없다.

연옥의 열쇠 와 단테 신곡 사이 어디쯤

by 달숲작가

커피 마시며 단테 — Coffee with Dante

# 17


연옥의 열쇠와 단테

용서와 분별, 사랑과 지혜
두 개의 열쇠가 함께 있어야 문이 열린다


연옥에는 실제로 열쇠가 있다.

단테가 연옥의 문 앞에 섰을 때, 천사가 두 개의 열쇠를 꺼낸다. 하나는 금빛. 하나는 은빛. 금빛 열쇠는 사죄의 권한, 은빛 열쇠는 죄를 분별하는 지혜. 천사는 말했다. 이 두 열쇠 중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문은 열리지 않는다고.

연옥의 문이 두 개의 열쇠로 열린다는 것. 그것은 하나의 진실만으로는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지혜와 용서가 함께 있어야 한다. 분별과 사랑이 함께 있어야 한다.


✦금빛 열쇠 Chiave d'oro
사죄의 권한이고 죄를 풀어주는 힘이며 용서 · 사랑이다.
✦은빛 열쇠 Chiave d'argento
분별의 지혜이고 죄를 알아보는 눈이고 지혜 · 분별이다.


나는 연옥편을 읽으며 여러 개의 열쇠를 얻었다. 그 열쇠들을 하나씩 꺼내본다.

· · ·


첫 번째 열쇠


용서만으로는 문이 열리지 않는다.
분별도 있어야 한다.
하나는 금이고 하나는 은이다.

— 단테, 『신곡』 연옥편 제9곡


연옥의 문지기 천사는 두 개의 열쇠를 들고 있다. 금빛은 사죄의 권한이다. 죄를 풀어주는 힘. 은빛은 분별의 지혜다. 어떤 죄인지를 알아보는 눈. 천사는 말한다. 하나가 더 귀하지만, 둘 다 있어야 문이 열린다고. 무엇이 잘못인지 알면서도 용서하지 못하는 자가 있다. 용서하고 싶지만 무엇을 용서해야 하는지 모르는 자가 있다. 둘 다 문 앞에서 멈춘다.


이 열쇠가 여는 문. 내가 지금 어떤 문 앞에 서 있고 어떤 열쇠를 가지고 있는가.


두 번째 열쇠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는,
그것을 위해 목숨을 버린 자만이 안다.
그는 자유를 찾아가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그것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자만이 안다.

— 단테, 『신곡』 연옥편 제1곡


연옥의 파수꾼은 천사가 아니다. 카토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이교도. 자살자. 기독교의 논리로는 지옥에 있어야 할 사람. 그러나 단테는 그를 연옥의 문지기로 세웠다. 카토는 자유를 위해 죽었다. 카이사르의 독재 아래 사는 것보다 자유롭게 죽는 것을 택했다. 단테는 교리보다 본질을 보았다. 이교도라는 이름보다 자유를 향한 삶을 보았다.


이 열쇠가 여는 문.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세 번째 열쇠

선택한 고통에는 노래가 있다.
가해진 고통에는 신음만 있다.
나는 네가 가도록 이끄는 베아트리체다.
나는 돌아가고 싶은 그곳에서 왔다.

— 단테, 『신곡』 지옥편 제2곡


연옥의 고통과 지옥의 고통은 다르다. 지옥의 고통은 가해진다. 연옥의 고통은 선택된다. 교만한 자들은 무거운 돌을 등에 지고 걷는다. 그것은 형벌이 아니다. 그들이 선택한 치료다. 질투한 자들은 눈꺼풀이 철사로 꿰매어져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자리에서 노래한다. 단테는 그 노래를 들었다. 고통 속에서 부르는 노래. 그것이 연옥의 소리다.


이 열쇠가 여는 문.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이 어떤 종류인가.


네 번째 열쇠

죄는 사랑의 결핍이 아니다.
사랑의 왜곡이다.
창조주도 피조물도, 아들아,
사랑 없이 존재한 적이 없다.

— 단테, 『신곡』 연옥편 제17곡


모든 것은 사랑에서 온다. 덕도 죄도. 사랑의 방향이 잘못되면 죄가 된다. 잘못된 것을 사랑하거나, 올바른 것을 너무 많이 사랑하거나, 너무 적게 사랑하거나. 교만은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것이다. 질투는 타인의 것을 잘못 사랑하는 것이다. 나태는 선을 너무 적게 사랑하는 것이다. 탐욕은 재물을 너무 많이 사랑하는 것이다. 죄는 사랑의 왜곡이다. 그러므로 정화는 사랑을 바로잡는 것이다.


이 열쇠가 여는 문. 내가 지금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가.


다섯 번째 열쇠

우리는 자신의 이마에 새겨진 것을 보지 못한다.
지워졌을 때 몸이 가벼워진 것으로 안다.
그는 칼끝으로 내 이마에 일곱 개의 P를 새겼다.

— 단테, 『신곡』 연옥편 제9곡


연옥의 문을 통과할 때, 천사가 단테의 이마에 일곱 개의 P를 새긴다.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색욕. 각 층을 통과할 때마다 천사가 하나씩 지워준다. 단테는 처음에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베르길리우스가 말해주었다. 네 이마를 보라. 하나가 지워졌다. 그리고 단테는 비로소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우리는 자신의 이마에 새겨진 것을 보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말해주어야 안다.


이 열쇠가 여는 문. 내 이마에는 몇 개의 P가 새겨져 있는가.


여섯 번째 열쇠

스승이 떠나는 것은 슬픔이 아니다.
완성이다.
더 이상 내 말도 내 신호도 기다리지 마라.
네 의지는 자유롭고, 올바르고, 건강하다.

— 단테, 『신곡』 연옥편 제27곡


연옥의 꼭대기에서 베르길리우스가 단테에게 말하고 사라진다. 스승이 제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는 것. 베르길리우스는 단테를 가르치지 않았다. 함께 걸었다. 그리고 걷는 것이 끝났을 때 — 떠났다. 스승이 떠나는 것이 슬픔이 아니라 완성이라는 것. 안내자가 사라지는 것이 버려짐이 아니라 졸업이라는 것.


이 열쇠가 여는 문. 내가 지금 의지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일곱 번째 열쇠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잃어버린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가장 큰 천체 밖으로 나왔다,
순수한 빛으로 이루어진 하늘로.

— 단테, 『신곡』 연옥편 제28곡


연옥산의 정상에 에덴동산이 있다. 인간이 타락하기 전의 자리. 단테는 연옥을 다 오른 자리에 그것을 두었다. 정화의 끝이 새로운 곳으로의 도착이 아니라 — 잃어버린 곳으로의 귀환이다. 단테는 에덴에서 레테 강물을 마신다. 죄의 기억을 지운다. 그리고 에우노에 강물을 마신다. 선한 기억을 되살린다. 잊어야 할 것을 잊고,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천국으로 올라갈 준비다.


이 열쇠가 여는 문. 나는 무엇을 잊어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 · ·


연옥의 열쇠들을 다 꺼내놓고 보니, 그것들이 모두 하나를 향하고 있었다.

스스로.


연옥은 스스로 선택하는 곳이다.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고, 스스로 이마의 P를 지우고, 스스로 산을 오른다. 지옥의 영혼들은 고통을 받는다. 연옥의 영혼들은 고통을 선택한다. 그 차이가 전부다.


나는 오늘 연옥산 어딘가를 오르고 있다. 어떤 층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오르고 있다. 이마에 새겨진 P들을 하나씩 지우며. 베르길리우스의 손을 잡고, 언젠가 그 손을 놓을 날을 준비하며.

두 개의 열쇠를 손에 쥐고 문 앞에 선다.
금빛과 은빛. 용서와 분별. 사랑과 지혜.


네 의지는 자유롭고, 올바르고, 건강하다.

— 단테, 『신곡』 연옥편 제27곡 · 베르길리우스


나는 오늘 아침 커피를 마시며 이 일곱 개의 열쇠를 하나씩 손에 쥐어보았다. 어떤 것은 묵직했다. 어떤 것은 차가웠다. 어떤 것은 아직 어떤 문을 여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손에 쥐고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단테는 연옥을 걸으며 이 열쇠들을 하나씩 얻었다. 걷지 않으면 열쇠를 얻을 수 없다. 문 앞에 서지 않으면 열쇠가 무엇을 여는지 알 수 없다. 오늘도 걷는다. 어떤 층인지 모르지만, 오르고 있다.


문이 열린다.

커피가 아직 따뜻하다.


달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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