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마스쿠스 Jun 26. 2024

너는 17살, 나는 29살.

대학 동기가 아직 18살이 안됬단다. 

남편은 새벽 5시면 현장에 나가야 하기에 나 혼자 3월 초의 어느 날, 새로 등록한 대학까지 걸어 첫날 9시에 수업을 기다렸다. 내가 알던 대학생활이라고는 뉴욕의 여초대학이 전부다. 2008년의 내 1학년 1학기 첫 수업이 생각났다. 27명 남짓의 패션을 사랑하는 학생들은 우르르 앉아 이미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거나, 상기된 표정으로 교수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초가을의 뉴욕은 싱그럽고 각양각색의 색깔로 가득 찼으며, 흥분과 기대와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청춘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29살의 유부녀로 이미 대학생활 4년을 마친 지도 5년이 지난 참이었다. 그러나 설레기는 매한가지였다. 한 번도 부딪쳐본 적 없는 파라과이의 젊은 청춘들과 수업을 같이 듣게 되다니, 나는 기분이 이상하고 기대되었다. 여기서는 무엇을 배우며 어떤 인연들을 만나게 될까? 


"저기.. 안녕하세요, 한국인이세요?"


내게 처음 말을 걸어온 사람은 두 명의 한국인으로, 지금 방금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매였다. 이 친구들은 나에게 한국 사람을 만나서 반갑다며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었고, 본인들은 17살, 19살이라며 첫 만남에서도 살갑게 굴어주었다. 나를 도와주겠다며 커피도 시켜주고 같이 쉬는 시간도 보내주었다. 스페인어가 유창한 이 2세 자매들은 새로 알게 된 반친구들에게 나를 소개해주었다. 너무나 고맙고 이런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 수업부터 그들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그들은 학교가 학생이 너무 많다며 반을 갈라놓는 바람에 다른 그룹으로 갈렸기 때문이라며 카톡을 보내왔다. "언니 파이팅!"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겐 현지인과 대화를 나눌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자의30프로, 타의70프로으로 정말 많이 주어졌다.)


그리고 그때였다. 

내 등을 톡톡 건드린 내 첫 파라과이인 친구 안드레아를 만난 것은. 




이전 09화 10년 만에 다시 대학 간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