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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9.

곤충채집과 비가 온 날

by 던다 Feb 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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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의 가을 국민학생들의 숙제는 곤충을 잡아가는 것이었다. 메뚜기인 줄 알았는데 오빠가 아마도 그거 방아깨비야 한 모양이다.

내가 살던 아파트는 5층짜리 주공아파트였다. 80년대 초 정부가 과천에 대규모 주공아파트를 건설하였다. 대부분 5층짜리였고 경우에 따라서는 12층 정도 되는 고층도 있었다. 1단지부터 10단지까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아는 세계의 아파트는 건물에 글자 없이 집모양의 그림(주공아파트 로고)이었다. 아파트라는 주거형태도 새롭던 시절이라 동간 간격이 넓었다. 어쩌면 내가 몸이 작아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건물 앞은 넓디넓은 주차장이 있었고 뒤로는 그만큼의 풀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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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용을 보유한 집이 많지 않아 주차장은 주로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흰색 페인트로 만들어놓은 주차선은 사방치기 땅따먹기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아니면 다방구, 술래잡기, 얼음땡,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등을 하며 놀았다. 뒤에 있는 풀밭에서는 주로 네 잎클로버를 찾는다거나 잡기놀이할 때 놀았던 것 같다. 잔디에 들어가면 안 된다거나 위험하다던가 그런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바로 그곳에서 개미와 방아깨비를 잡았던 모양이다. 시침핀으로 곤충의 몸을 관통해서 꽂아도 죽지 않은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잡은 기억은 일기장으로 간신히 소환이 되지만 다음날의 숙제로 이어진 수업은 정말 기억이 하나도 없다. 아마도 곤충이 머리가슴배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잡아온 곤충을 보면서 공책에 그리고 적어봐라 하지 않으셨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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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kv-v-vbDzuE?si=OoaCcykpwe93lQ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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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의 9월 초는 한여름초처럼 무덥지만 당시에는 조금 서늘하지 않았을까 싶다. 엄마가 비 오면 우산 들고 온다도 하고 안 오신 모양이다. 어쩌나 곤란해하는데 5학년이었던 오빠는 아무렇지도 않게 비 사이로 집으로 출발했다. 기억에 안 나는 홍정원 오빠는 누구일까? 기억엔 없지만 동네 애를 집 앞까지 우산도 씌워주다니 너무 고맙다. 학교에서 15-20분 걸렸던 것 같은데 그 길을 빨갛고 널따란 책가방을 메고 역시 빨간 신발주머니를 들고 엉거주춤 한 우산 아래 걸어 하교하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그런데도 친구는 남겨두고 아는 오빠 제안에 호로록 나만 집에 와 마음이 불편해하는 어린 나도 떠오른다. 그때 주영이란 친구는 나와 집 방향이 반대였고 그 동네에서는 드물게 주택인가 빌라네 살았던 것 같다. 한참 지났지만 주영이도 무사히 집에 갔기를.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라면 나는 공들여했다. 명석하진 못했지만 일기도 길어지면 저렇게 종이를 오려 이어 붙였다.


작은 일도 정성을 들인 어린이 던다야
너의 그런 정성이 모이고 모여 지금의 성실한 어른으로 자랐다. 그냥 시간이 지나 거저 자란 것이 아니라 정성으로 너 스스로를 키운 것을 잊지 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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