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설거지를 끝내고 진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며 손에 익숙한 스마트 폰을열었다. 두 번째 고향이 된 나이로비 벼룩시장 등록 인원은 662명이다. 아침에 올라온 카톡 내용을 확인하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글이 있었다. '독서토론과 글쓰기'를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글을 올린 이는 시작 날짜와 개인 톡으로 모임 장소를 알려 주었다. '어느 분이 이런 모임을 시작하는 것일까?' 카톡 대문을 보니 얼굴 대신 고적하게 태양을 받으며 서 있는 나무 한 그릇가 서있었다. 이름도 한국 이름이 아닌 가톨릭 교인의 세례명인 것 같았다. 타국에서 살아가는 내게 늘 목마른 한 가지가 있다. 한국 책을 마음껏 읽지 못하는 아쉬움이다. 가끔 다른 집을 방문하기라도 하면 그 집 책 꽃이 앞에서 서성거리곤 했다. 한국의 신간 책이며 베스트 샐러가 눈에 띄면 염치 불고하고 집을 나오기 전에 책 한 권이라도 빌려 오곤 한다. 그동안은 글을 쓰기보다는 책을 읽기를 더 좋아했다.
첫 모임이 있기 전 날 가슴이 설레었다. 오래 만에 느끼는 두려움과 설레는 맘이었다. 당일 아침 정성스럽게 화장을 하고 신경 써서 옷을 갈아입었다. 지난해 생일 선물로 받은 아껴둔 향수를 뿌렸다. 가방 안에 노트와 볼펜도 챙겼다. 참 이상했다. 오늘따라 햇살과 길가에 나무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도 아름답게 보였고 들렸다.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것, 누군가를 만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참 좋은 것이다. 마치, 연애를 시작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세 아이의 엄마인 나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처음 만난 폴리나 님과 얼굴이 익숙한 두 분 그리고 나 네 명이 모였다. 지금껏 글쓰기를 제대로 배운 일이 없던 나는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 폴리나 님은 우리들에게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라는 책을 소개해 주었다. 작가의 글 중에서 나에게 용기가 된 내용은 '첫 생각을 놓치지 말라. 손을 멈추지 말고 무조건 거침없이 글을 써내려 가라'는 것이었다. 책 내용이 너무 좋아 빼곡히 공책에 요약 글을 적었다. 오랜만에 쉬지 않고 볼펜으로 글씨를 써 내려갔다. 손가락이 아파도 마음은 즐거웠다. 참, 오랜만이다. 이런 맘. 글을 쓰기 위해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 안에 무엇인가 폭발하듯 손가락을 통해 글이 쏟아져 나왔다. 글을 쓰며 이런 나를 발견하는 것이 낯설고 조금은 어색했다. 점점 글을 쓰는 시간이 길어져 갔다.
내가 쓴 글을 다시 읽는데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내 안에서 울컥한 감정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처음에는 내 글앞에 나 자신이 반응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글을 쓰며 울고 웃었다. 글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았다.
어느 날은 내 응어리진 마음을 글로 표현하면 글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래서 고마워서 울었다. 어떤 때는 나의 못 된 마음이 괘씸해서 나 스스로를 자책하면 글은 나에게 괜찮다며 용서를 베풀었다. 그래서 고마워서 웃었다.
나이로비 글 모임을 시작한 폴리나 님은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우리들은 열정적으로 책을 읽고 글을 섰다. 4개월 간 함께 했던 이들은 모임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글쓰기에 매료되어 있었다. 폴리나 님이 아낌없이 준 사랑과 함께 말이다. 우리들은 두 명의 새로운 멤버와 함께 독서와 글쓰기를 모임을 계속하고 있다.
외출할 수 없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시기에 나는 '브런치'를 만나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로 등록하기 전까지 많은 고민이 앞섰다.
브런치에 올라온 수많은 글을 읽으며 사실 기가 많이 죽었다. 전 세계에서 많은 분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의 삶과 생각을멋지게 글로 표현하는 솜씨가 부럽기까지 했다. 몇 주 고민 끝에 용기를 내어 브런치 작가로 등록을 했다. 수필과 시를 써서 발행을 시작했다. 발행 한 내 글을 아무도 안 읽어 주면 '어떡하나'라는 자괴감도 잠시 내 글을 '라이킷'하는 작가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조회수가 1,000명 돌파라는 메시지가 왔다.또다시, 가슴이 뛴다. 용기가 생겼다.
요즘 브런치를 통해 매일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독서에 늘 갈급했던 나에게 브런치에 올라온 글들은 꿀잼, 새콤달콤한 패션 후룻의 맛, 아니 달콤한 엘로 망고의 맛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나는 브런치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매일 글을 읽고 쓰는 기쁨으로 메말랐던 내 감성이 다시 살아났다. 인생 제2막, 길 위에서 길을 잠시 잃고 방황하던 나에게 글쓰기와의 만남은 큰 선물이요 희망이다. 앞으로 글쓰기가 나의 또 다른 소명으로 자리매김하길 스스로에게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