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신학교 학장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여러 나라를 방문하면서 한국인들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특별히 신학을 전공한 사람이었기에 대부분 그가 만난 사람들은 목회자가 많았을 것이다. 그는 해외에서 똑똑한 한국인이 많이 사는 나라는 필리핀 마닐라와 케냐 나이로비라고 손꼽았다.처음에는 그의 말이 믿어지지 않아서 가볍게 웃어넘겼다. 그러나 살다 보니 '정말 그렇구나'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필리핀 마닐라는 아직 못 가봤고 케냐에서만 줄곧 15년을 살았으니 나의 생각 또한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로비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지런하고 책임감이 강하고 뭐든 맡겨진 일은 똑 부러질 만큼 잘한다.
케냐 나이로비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디. 국제 NGO 단체와 신학교와 선교회 베이스캠프가 나이로비에 밀집되어 있다. 케냐가 동부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를 어우르다 보니 각 나라 대사관이며 기업의 본사뿐 아니라 아프리카 UN 본부 또한 이곳에 있다. 대형 쇼핑몰이나 수준 급 레스토랑에서는 백인들을 자주 본다.
어느 해 한국을 방문해서 나름 잘 산다고 하는 지역에 있는 교회를 간 적이 있다. 세계여행을 많이 다니셨다는 어르신께서 한 말씀하셨다.
"케냐 나이로비는 기후가 좋아서 살기 좋고 국제학교도 많으니 아이들 교육하기에도 좋겠네."
그때는 '좋겠다'라는 말이 서운 섭섭했다. 집세와 아이들 교육비, 치안, 물가뿐아니라 문화에 적응하느라 힘에 겨웠기 때문이다.
어르신 말처럼 나이로비에는 국제학교가 무척이나 많다. 아마도 그만큼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영국의 영향을 받은 곳이라서 많은 부분이 그 나라를모방하고 있다. 운전대가 오른쪽이라든지, 도로에 로터리가 있다든지 홍차를 즐겨 마시는 문화며 공공 기관의 서류 또한 영국 스타일을 닮아 있다. 그러나 나라 전체가 부정부패가 깔려있어서 경제, 문화, 사회가 성장하는데 방해가 되고 있다.
땅은 대한민국보다 7배쯤이나 크고 언어는 45개의 부족어가 있으니 공식 언어로 영어가 채택되었다. 교육은 유치원부터 영어로 수업을 한다. 케냐 언어인 키스왈리는 수업 과목에 들어 가 있지만사람들은 스왈리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영국식 국제학교와 사립학교의 수준은 꽤나 높다. 영국 학교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그 나라로 유학을 가는데 그리 어렵지 않을 만큼 대학과 연결이 잘 되어 있다. 영국식 학교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교복을 입는다. 물론 케냐 로칼 학교도 그렇다.
케냐인과 인도 케냐인들은 교육열이 아주 뜨겁다. 케냐에는 내전 중인 소말리아와 남수단에서 온 부자들이 꽤 많이 살고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에티오피아와 인근 나라에서도 제법 많이 와 있다. 최근에는 중국인들이 더 많아졌으니 교육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나이로비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인터내셔널 유치원이 3곳이나 있다. 유치원 이사장님과 원장님의 공통점은 크리스천이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고 모두 몬테소리 교육시스템이다. 나는 세 곳 유치원을 방문했었는데 교실마다 몬테소리 교구가 구비되어 있어서 현지인이나 인도인이 운영하는 곳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수준이 높다.
유치원에 비치된 학습 교구와 다양한 책, 인체에 해롭지 않은 물감은 한국이나 외국에서 온 것이 대부분이다. 거기에다 한국인은 인테리어까지 뛰어나서 유치원에 들어서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래 진다.
한인 원장님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스킬이며 교육 프로그램, 교사교육과 행정업무그리고 친절함까지 갖추고 있다.그러다 보니 케냐 중상류층에게 인기가 많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분들이다.
수목원같은 유치원 정원에 핀 꽃
최근에는 유치원 오픈을 준비하는 곳을 다녀왔다. 3천6백 평의 땅에는 수목원처럼 큰 나무들이 아름드리 심겨 있었다. 넓은 정원에는 푸르디푸른 잔디가 카펫처럼 깔려 있었고 큰 나무 아래에는 자연친화적인 놀이터를 만드는 중이었다. 그 뒤로는 물고기들이 노닐 수 있는 작은 연못을 꾸미고 있었고 정문과 가까운 곳에는 사무실과 학부모들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공간을 준비 중이었다. 울타리 너머에는 아이들을 위한 운동장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원장님은 한국에서는 조각 미술을 전공한 분이고 그녀의 남편인 이사장님도 영상 미술을 공부하셔서 두 분은 유난히 미술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유치원 한쪽 야외에는 목공 수업과 미술 놀이를 할 수 있는 교실을 만드는 중이었다. 원장님은 또한 베이킹에도 관심이 많아 보였다.
부부는 유치원 개업을 위해 6년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동안 수많은 장소를 보러 다녔지만 렌트비나 규모가 마음에 안 맞았고 비즈니스를 위한 법적인 절차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컨테이너로 싣고 왔던 많은 물건이 드디어 교실 안에 자리를 잡았다. 반짝반짝 빛이 났다.
유치원 앞쪽 정원
부부의 얼굴은 피곤해 보였지만 마음은 기쁨이 넘쳐났다. 밤이면 곯아떨어져 잠이 들겠지만 꿈속에서도 유치원 오픈을 위한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구글 맵을 열어 보았다. 유치원 이곳저곳을 찍은 업그레이드된 사진이올려져 있었다. 멋진 간판도 달아 놓았다. 드디어 6월 2일이 오픈 예정이라고도 적혀있었다. 그동안 케냐에서 속상하고 맘 아프고 괴로운 일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꿈꾸었던 소망을 포기하지 않은 부부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나는 꽃 대신 로즈메리를 한 다발 선물했다. 넓은 유치원 정원에 로즈메리가 뿌리를 내리고 자라 올라 꽃보다 더 진한 향기가 퍼져 나가길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