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김치 소동

꿀잠

by Bora


손바닥이 후끈후끈

어깻죽지는 뻐근

손목은 시큰시큰

허리는 찌릿찌릿

발바닥은 얼얼

목구멍은 칼칼



토요일 오후부터 해진 밤중까지

김치를 담갔다

배추, 알타리, 깍두기, 부추, 갓김치를

김장하듯 몰아담았다.

김치를 담그기 전에 씻고 썰어서 소금으로 절이고 다시 헹구어서 물기를 빼는 과정은

더디고 길고 지루하지만 꼭 필요하다.

이틀 전에 김치소스를 만들어 놓았기에

당근을 조금 더 추가하고 니이크와 갓은 넉넉히 썰어서 고명으로 준비한다.


미미 씨의 남편은 소금에 절여 놓은

야채를 세 번씩 헹구고 대파와 니이크는 더 꼼꼼히 씻는다.

지방에서 배달된 야채는 비교적 깨끗하지만

니이크와 대파 잎 사이사이에 낀 진흙은

신경을 써서 씻어야 만 한다.


미미 씨가 커다란 다라 안으로 양념과

고명을 넣으면 그녀의 남편은 막김치를, 포기배추를, 알타리를, 깍두기를, 부추를, 갓을 버무렸다.

모든 김치 만드는 일이 완료되자

미미 씨의 남편은 소스가 묻은 다라를 씻어 놓고는

허리가 아픈지 바로 소파에 가서

조용히 눕는다.


착한 남편이다. 진심으로.


미미 씨는 부엌 바닥에 묻어있는

김치소스를 닦고 널려있는 그릇들을 씻고

모든 뒤처리를 끝내고는

금방 담근 부추김치와 뜨끈한 밥으로

뒤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뿌듯하고 행복한 밤이기는 한데

몸은 천근만근이다.

따뜻한 물로 온몸에 배어있는

김치냄새를 씻어 내고

침대 위에 깔아 놓은 전기장판 스위치를

키고는 곧바로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쿨쿨

오늘밤도 꿀잠이다.



나이로비의 김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