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떡 맛을 알아 버렸다

일상 같은 명절

by Bora

긴 연휴가 시작된 한국의 고유 명절은

스마트 폰에 깔려있는 카랜더 스케줄을 보고 알게 된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무척이나 분주했겠으나

이곳 케냐에서는 다른 때와 같은 일상을 보낸다.

우리 집이 시내 쪽에 있거나 한국인들이 모여사는 곳에 있었다면

가까운 지인들과 오가며 명절 분위기를 냈을 텐데

외진 곳에 살다 보니 쉽사리 그런 시간을 갖질 못 한다.

그래도 괜찮다.

익숙한 삶이다.


주 케냐 대사관과 재 케냐 한인회에서 여러 가지 종류의 떡을 준비했다.

한국에서 살 때나 케냐에서 살고 있는 지금이나

나는, 떡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떡이 응고된 음식이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소화를 잘 못 시켰다.

떡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래도 무지개 떡은 색깔이 예쁠뿐더러

식감이 쫀득하고 담백해서 가끔씩만 손이 가곤 다.

시루떡과 버터빈떡과 삼색 송편이 먹기에 아까울 정도로 예쁘다.

사진 한컷을 찍고 얼른 입속으로 송편 한알을 집어넣었다.

떡을 씹자마자 입 속에서 달달함이 터져 나온다.

젊었을 때는 떡맛을 정말 몰랐다.

이상스럽게도 나이 50십이 넘어가니

떡맛이 참으로 좋다.

떡을 좋아하셨던 울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아른 거린다.


주 케냐 대사관과 재 케냐 한인회에서 준비한 떡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