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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bari Oct 17. 2023

비와 손님

나이지리아에서 온 지인

아침 알람이 울리기 전에 창밖에서 후드득 거리며 떨어지는 빗소리가 들린다.

냐는 오전 8시쯤이면 비가 멈추곤 한다. 그리곤 곧바로 해가 얼굴을 비췬다. 그러나 오늘은 오전 10시가 넘어서까지 비가 오락가락거렸다.

케냐에서 비는 축복을 상징한다. 비와 함께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나고 즐거운 날에

지인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 우버 택시를 불렀다. 운전사가 울 집까지 오는 거리가 너무 멀다며 취소를 해 달라는 전화를 해 왔다. 우버보다 저렴한 볼트택시는 집주위로 차량이 없는지 안 잡힌다. 비가 와서 그런지,  집주위로 아스팔트가 안 깔려서 그런지, 택시가 잘 안 잡히는 날이다. 다시 우버택시를 불렀다. 한참 뒤에서야 택시를 타고 비가 오면 더 울퉁불퉁해지는 흙길을 달려 나간다. 저절로

씰룩씰룩 엉덩이 춤이 춰졌다. 


거의 3년 만에서야 만난 Y는 예전보다 더 건강해 보였고 유쾌한 성격은 여전했다. 그녀는 그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안 하던 골프와 조깅을 시작했다고 한다. Y는 본인이 사는 나라로 가지고 갈 떡을 주문했다며 케냐가 정말 살기 좋은 나라라고 말한다.

나이지리아는 외식비가 케냐보다 훨씬 비싼데 다행히도 현지인 도우미 아줌마가 두부를 만들고 김밥을 말고 만두를 빚을 줄 알아서 한국음식을 수월하게 먹는다고 다. 가사 일을 도와주는 아줌마들의 인건비는 케냐보다 두 배나 싸고 순종적인 성품에 힘이 좋다고 다. 그녀는 나름 나이지리아에서 만족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또한 사춘기가 시작된 아이들로 조금은 힘에 겹고 때론 서운한 감정이 들기도 하지만 씩씩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레모네이드처럼 상큼한 Y와 점심식사 후에는 커넥트 커피숍에서 달달한 킬리만자로 커피와 슈가파우더를 듬뿍 뿌린 빵과 소금빵으로 다시 배를 채우며 한참이나 각자가 사는 나라에서의 삶을 이야기했다.

우린 서로를 격려하는 마음으로 포옹하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같은 하늘, 다른 나라에서의 만남을 다시 약속해 본다.


굿 바이, 나의 사랑스러운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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