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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bari Nov 30. 2023

오래된 것들

텀블러와 빨간 목장갑과 호미

집 둘레의 시멘트 사이에 자란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서

큰 맘을 먹고 날을 잡았다.

마당 한쪽에 모아둔

텀블러와 빨간색 목장갑과 호미는

모두 한국에서 온 물건이다.


호미는 컨테이너에 실려서 배로 왔고

목장갑과 텀블러는 비행기를 타고 왔다.

이 중에서 제일 애착이 가는 물건은

단연코 엄마의 손때가 묻은 호미다.

몇 해 전, 친정집에 갔다가 챙겨 온 것이

케냐 정원에서 유용하게 사용되 있다.


한국에선 흔해 빠진 빨간색 목장갑을

이곳 마트에선 찾아볼 수 없으니 

한번 사용한 장갑은 빨고 빨아서

천이 닳도록 사용을 한다.

뜨거운 커피와 차를 좋아하는 나에게

텀블러는 손이 자주 가는 물건이다.


물건은 손때가 묻은 것이 좋고

입맛은 어렸을 때 먹은 음식이 그립고

만남 또한 익숙한 사람들이 편하다.

무릎을  잡초를 뽑으며

래 묵은 것에 대한 상념에 빠져본다

따끈한 커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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