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둘레의 시멘트 사이에 자란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서
큰 맘을 먹고 날을 잡았다.
마당 한쪽에 모아둔
텀블러와 빨간색 목장갑과 호미는
모두 한국에서 온 물건이다.
호미는 컨테이너에 실려서 배로 왔고
목장갑과 텀블러는 비행기를 타고 왔다.
이 중에서 제일 애착이 가는 물건은
단연코 엄마의 손때가 묻은 호미다.
몇 해 전, 친정집에 갔다가 챙겨 온 것이
케냐 정원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한국에선 흔해 빠진 빨간색 목장갑을
이곳 마트에선 찾아볼 수 없으니
한번 사용한 장갑은 빨고 빨아서
천이 닳도록 사용을 한다.
뜨거운 커피와 차를 좋아하는 나에게
텀블러는 손이 자주 가는 물건이다.
물건은 손때가 묻은 것이 좋고
입맛은 어렸을 때 먹은 음식이 그립고
만남 또한 익숙한 사람들이 편하다.
무릎을 접고 잡초를 뽑으며
오래 묵은 것에 대한 상념에 빠져본다
따끈한 커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