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낮인데도 밖은 우중충하다.
고속도로 바로 옆길에 사파리콤이라는 글자가 인쇄된 초록색 파라솔과 코카콜라 글자가 적혀있는 붉은색 파라솔 아래로 고구마와 얌이라고 불리는 마종류와 껍질이 단단한 늙은 호박이 줄지어 놓여 있다.
노상의 주인인 듯 한 몸집이 넉넉한 아줌마들 서넛이 날씨가 추운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환한 얼굴로 수다를 떤다.
그네들은 밤새 내린 비로 질퍽한 진흙길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삶의 지혜를 공유할 것이다.
케냐 사람들은 말하기를 참 좋아한다. 무슨 할 말이 많은지 매일 보는 사람들하고도 늘 이야기가 많다.
어떤 행사를 치르기라도 하면 끝나는 시간은 상관없이 그 자체를 즐긴다. 사회를 보는 사람뿐 아니라 마이크를 잡는 누구든 아주 길게 말하기를 좋아한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느러지는 엿가락처럼 말이 길어지고 늘어진다.
보통 한국교회의 주일예배는 1시간이다. 사회자나 대표기도자, 특송팀이나 설교자는 아주 깔끔하게 예배를 진행한다. 그러나 케냐 로칼예배는 2시간 30분쯤 아니 3시간이 족히 넘어도 사람들의 표정은 늘 아쉬워 보인다.
취미활동이 별로 없는 나라에서 노래와 춤은 이네들에게는 기쁨의 시간이다.
미미 씨가 만나는 현지인들은 95프로 이상 생활이 어려운 대학생들이다. 대부분 지방에 서 올라온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다.
삶이 고된 이들에게 노래와 춤은 막막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공급원이 되고 말 많음은 답답하고 힘든 상황을 털어버릴 수 있는 치유의 한 수단이 되는 것 같다.
어느 날부터 미미 씨는 이네들의 수다를 수용하고 이해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미미 씨도 말이 많아진다. 아쉬운 것은 미미 씨의 남편은 수다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것이다.
외출을 해야겠다. 맘 편히 이야기할 그 누군가를 만나 한바탕 웃으며 수다를 떨어 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