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빈대떡이 먹고 싶다는 딸을 위해서
숙주 콩을 사다가 하룻밤을 불렸다.
친정 엄마가 오랫동안 사용하시던
노란색 양은 찜솥에 거즈를 깔고
물을 먹어서 껍질이 터지기 시작한
숙주 콩을 찜기 위에 골고루 펴준다.
한줄기 빛이라도 들어올까 싶어서
뚜껑을 덮어주는 걸 잊지 않았다.
시시때때로 물 주길 오일쯤 지나자
엄지와 검지를 길게 펼친 만큼
키가 무럭무럭 자라올라
노란 숙주나물이 되었다.
정성을 다해 키운 숙주 나물이
단지 먹은 것이라곤 물이요
필요 없는 건 빛이었건 만
이토록 아름답게 싹을 틔웠다.
빈대떡이 먹고 싶다는 너를 위하여
녹두콩으로 숙주나물을 키워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