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케냐에 살고 있지만
케냐 사람은 아니다.
나는 한국인이지만
한국에 살고 있지 않다.
한국어로만 말하고
한국 유튜브를 청취하고
한국어로 번역된 책을 읽고
한국어로 카톡을 하고
한국어로 글을 쓴다.
작은 안마당을 걷고 난 후에
따스한 물로 샤워를 하고
냉장고에 보관한 차요태를
얇게 썰어서 얼굴에 붙이고
넓은 침대에 누우니
무릉도원이 이곳인가 싶다.
내가 케냐에 살고 있는 것인지
한국에 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나의 하루는,
원초적 본능에 충실했다.
이것이 행복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