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아래에서 잠깐이라도 서있기만 하면
뜨거운 기운이 금세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해져 내려온다.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맨땅은
진작부터 딱딱한 시멘트처럼 굳어버렸고
숨이 막힐 정도로 2월의 케냐는 덥다.
입안이 바싹 마를 정도로 건조한 날에
모든 것이 소진된 나머지
빈껍데기가 남아있는 듯한 P를 만났다.
금방이라도 바스락 질 것 같은 그를
보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하고 울음이 치솟는다.
이토록 뜨거운 나라에서
꿈과 희망을 품었던 P는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햇수 동안에
수많은 것을 경험하며 웃고 울었다.
눈물을 말없이 훔치는
그의 어깨를 끌어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