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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bari Feb 06. 2024

밤 9시

다름을 인정하는 삶

  케냐의 1월은 야외 활동을 조금만 하기라도 하면 금세 지친다.

6개월 동안 쉴 새 없이 열매를 맺은 차요태 줄기를 잘라냈다.

더 이상 열매를 맺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줄기에 매달려있던 작은 열매들을 수확했다.

  한일별로 없음에도 급피곤해서 저녁을 먹자마자 침대에 누워버렸다.


감자 깎기로 얇게 자른 차요태를 얼굴에 붙여본다. 

 차요태가 찰지게 얼굴에 붙어 버린다.

냉장고에서 보관을 한 터라

그 시원함이 피부 깊숙이 파고 드니

 잠이 솔솔 쏟아진다. 


  깊은 잠에 빠질 찰나에 담너머에서

도끼로 나무를 내리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랫집 아저씨댁에서 일하는

우간다 청년들이 요리를 준비하는 거다. 나무로 밥을 지어먹는 사람들이

바로 담너머로 있다.

  피곤한 눈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밤 9시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저녁을 먹는 시간이다.


담너머의 사람들은 밤 9시면 저녁을 먹고

담안의 나는 5시 30분이면 저녁을 먹고

밤 10시면 책읽다가 잠이 든다.

다른 삶이지만

 다름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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