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내가 아파서 병원에 간 적은 네 번쯤 인 것 같다. 한 번은 케냐에 온 지 3개월쯤 되었을 때 아랫배가 기분 나쁘게 아파서 나이로비대학 병원에 갔었다. 의사진료를 보기 위해서는 많은 절차를 밟아야 했는데 2007년만 해도 병원 시스템이 더디 움직였다. 괜스레 걱정을 한 보따리 안고 갔던 병원에서는 자궁에 염증이 생겼다며 약처방을 해주었다. 오전 9시에 도착한 병원에서 약처방까지 받으니 12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그 이후로 한참이나 병원을 안 가다가 셋째를 임신하는 바람에 초음파 검사를 위해서 카랜 지역에 있는 가톨릭 보건소를 갔다. 의사는 초음파기계가 아닌 민간요법식으로 화장실에서나 볼만한 뚫어뻥처럼 생긴 기구를 내 배위로 올렸다. 의사는 나무 끝의 구멍에 자신의 귀를 갖다 대고는 아이가 건강하게 자란다고 말해 주었다. 참으로 황당한 진료가 나의 남산 만한 배 위에서 일어난 것이다. 세 번째로 간 곳은 셋째 아이를 출산한 집 근처에 있는 가톨릭보건소였고 네 번째의 병원은 가정의학과였다. 제제미 벌레에게 물려 왼쪽 팔이 빵빵하게 부어올라서 주사한대를 맞았다. 약이 급하게 들어갔는지 갑자기 숨이 막혀오는 바람에 병원 난간에 기대어 있다가 현기증으로 쓰러질 뻔했다.
케냐에서는 아파도 웬만해선 병원을 안 가려고 한다. 병원에 가기라도 하면 온종일 시간을 내야만 하고 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에는 별의별 약 종류들이 상비되어 있다. 며칠 전부터 몸이 으슬으슬 춥더니 머리까지 지끈거리며 두통이 왔다. 열까지 오르는 바람에 몸살인가 싶어서 거실 서랍장 안에서 타이레롤과 감기약을 찾았다. 타이레롤은 한 사모님께서 아들이 사는 미국 뉴욕에 갔다가 선물로 사 오셨고 감기약은 케냐에서 생산된 거다.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오후엔 두 알씩 먹고 실컷 잠을 자버렸다. 뭐든 먹고 효과가 있으면 최고다. 미국산과 케냐산의 조화가 괜찮았는지 약발이 든다. 케냐에서 자주 먹는 약은 두통약과 소화제와 감기약이다. 소화제는 파우더로 되어 있어서 물에 타면 레몬 맛이 난다.
내가 며칠을 아프고 나니 남편이 어젯밤부터 아프다. 급체를 했는지 점심 먹은 것을 다 게워내고 시름시름 앓았다. 밤새 거실 소파에서 축 쳐져서 일어나질 못하는 거다. 평소에 잘 아프지 않은 남편이, 소파에 붙어있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다음 주에 출장을가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남편과 함께 택시를 타고 타운에 위치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외근을 나간 의사가 2시에 병원으로 온다고 해서 그전에 병원에 도착했다. 그러나 의사는 3시에서야 나타났고 진료를 금방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뜸을 들이다가 약 20분이 지나서야 환자를 만나주었다.
남편은 하루 종일 먹은 음식이 없고 어지러움이 심해서 걷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의자에서 앉아서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엔 남편의 이마 위로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어찌나 안쓰러운지 손수건으로 이마를 몇 번이나 닦아주었다. 어젯밤에 귀에서 큰소리가 났고(잉~~~ 잉) 어지럼이 심해서 이석증이 아닐까 싶었지만 두 번의 귀 검사를 통해서 의사는 이석증이 아닌 것 같다며 정밀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이 병원은 촬영시설이 없어서 다른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어와야 하는 것이다. 의사는 검사지를 보지 않고는 약처방을 해 줄 수 없다고 했지만 남편이 울렁거리는 속을 가라앉힐 수 있는 가벼운 약이 필요하다고 하자, 그는 아주 간단한 약 처방 만을 해 주었다. 약국에서 입안에 스티커처럼 붙이는 약을 구입했다. 비용은 병원 첫 등록비가 한화로 40,000원이고 진찰비가 40,000원(기계 2개 사용)에 약 값으로 7,400원이 나왔다. 병원비가 진짜 비싸다는 생각으로 돈을 지불하는 나에게, 직원이 귀띔으로 정밀검사비용은 150,000원이라고 말하는 소리에 헛웃음이 나와버렸다.
병원 등록비와 검사료
3월 25일(월), 감사일기
1. 밤새 비가 많이 내렸다. 농작물이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비가 오니 감사.
2. 아이들이 봄 방학을 시작했다. 1주일 동안 몸과 마음이 쉼을 가질 것이다. 그래서 감사.
3.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약을 먹고 쉬었더니 몸이 나아졌다. 그래서 감사.
4. 외출하고 돌아오니 딸들이 알아서 점심과 저녁을 만들어 먹고 설거지를 해놓았다. 그래서 감사.
5.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먹은 남편이 병원을 다녀와서 죽이랑 망고를 조금이라도 먹어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