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하룻밤을 기운을 못 차리다가 어지러움이 극에 달하자 이비인후과 병원을 알아보았다. 22년 하고도 4개월을 함께 살면서 내가 본 남편은, 인내심이 최고로 강한 사람이다. 지금껏 함께 살면서 운전할 때만 빼고 화내는 것을 거의 못 봤다. 몸이 아파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 없이 혼자서 비상약품에서 약을 꺼내서 먹거나 바르곤 한다. 처음에는 아픔의 강도를 못 느끼는 사람인가도 싶은 것이 참으로 의아했다. 그러다 보니 나나 아이들조차 남편이 스스로 병원을 가겠다는 건 정말 큰일이 난 것이다. 아이들은 아빠에게 괜찮냐는 말을 묻기도 겁이 났나 보다.
어제 병원에서 의사를 기다리는 동안 두 딸은 번갈아 가면서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아빠 괜찮아? 아빠, 죽으면 어떡해?"
아이들에게 아빠라는 존재가 아주 크게 자리를 잡고 있는 건 분명하다. 엄마인 나보다 아빠와 소통을 잘하는 딸들이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짜증 한 번을 안 내고 거절 또한 유머스럽게 대처하는 젠틀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큰 하늘과 바다 같은 아빠가 기운 없이 누워있는 걸 보니 아이들이 적잖게 놀랬을 것이다.
아침 8시에 병원으로 출발했던 남편이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어지럼증은 어제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힘들어한다. 남편의 병명이 나왔다. Vestibular Assessmentsm이다. 한국말로 전정 신경염이다. 전정 신경에 발생한 염증으로 인해 심한 어지럼증과 구역, 구토가 주된 증상으로 나타나는 염증성 질환이다.
케냐의 이비인후과 의사는 약을 2주 동안 먹으면서 안정을 취하라고 했다.남편은 다음 주 월요일에 비행기를 타도 괜찮은지를 의사에 물었지만 그는 비행기를 타지 말라고 권유를 했지만 한국의 책임자는 콘퍼런스에 참석하길원했다. 혹시나 비행기 안이든 환승장소에서 증상이 재발되는 일은 생각지도 않나 보다.동행자 없이 혼자 비행기를 타야 하는 남편이 걱정이 된다. 비행기 비용도 자비로 가야 하는 마당에, 배려 없음이 참 모질다.
정밀검사 비용은 한화로 150,000원, 2주 약값은 한화로 70,000원이다. 어제는 87,400원, 오늘은 220,000원이니 병원비와약값으로 총 307,400원이 나옴 셈이다. 케냐의 저소득층의 어떤 이에게는 이 돈은 두 달 치의 월급이 될 수 있다. 의사의 처방전이 없으면 약국에서 약을 살 수도 없으니 돈이 없으면 아픔을 견딜 수밖에 없으리라.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씁쓸하다.
병명이 한국말로 전정 신경염, 검사비는 한화로 150,000원
3월 26일(화), 감사일기
1. 아침에 일어난 남편이 어지럼증이 많이 가라앉았다며 혼자서 택시를 타고 정밀검사를 하러 갔다 왔다. 어지럼증이 많이 나아져서 감사하다.
2. 남편의 건강 상태를 친정 엄마에게 알려드렸다. 엄마는 기도하는 사람이다. 나에게 기도의 어머니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3. 글모임의 3월 글쓰기 초본을 마무리했다. 글을 쓰면서 기억을 소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4. 우리 부부가 존경하는 가정의학과 의사 한분이 일산에 계신다. 우리 가정의 주치의사처럼 건강에 관한 것을 종종 문의를 한다. 오늘 그와 통화를 하면서 마음에 안정감을 되찾았다. 주위에 귀한 분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5. 남편의 증상결과를 알고 나니 마음이 편안하다. 2주 동안에 안정을 취하면서 약을 먹으면 호전이 된다고 하니 감사, 감사,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