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록 마사이 사람인 레위가 8일 동안에 우리 집 정원사가 되었다. 잔디를 자르고 펜스 나무를 가지치기하고 두 마리의 개들의 분뇨를 치웠다. 오늘로써 그 일이 끝났다. 레위에게는 자신의 정직하지 못했던 사건으로부터 해방을 누리는 날이기도 할 것이다. 그는 케냐의 45개 부족들 중에서 나름 큰 마사이 부족이다. 그들은 부족에 대한 자긍심이 무척 강하다. 나는 꾸리아 부족의 이웃사촌의 형 같은 마사이 사람인 레위가 야생나물에 대해서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꾸리야 청년이 군침을 삼키면서 나에게 열심히 설명했던 야생나물의 이름을 레위에게 물어보기로했다.
나는 기억을 더듬어서 요리방법을 자세히 설명했다. 처음엔 나물을 삶아낸 물은 버리고 1시간을 푹 익혀서 소금으로 만 간을 해서 먹는야생 나물의 이름을 아냐고 그에게 물었다. 고개를 갸웃 뚱하던 그가 아마도 '사게티'일 것이라고 한다. 그 후로 8일 내내 레위를 볼 때마다 사게티라는 나물이 생각났고 연이어 고사리가 떠올랐다.
7년 전에 제주도에서 안식년을 보낸 적이 있다. 그해 3월에 요가클래스에서 만난 분과 함께 고사리를 따기 위해서 가시나무가 많은 들판에 간 적이 있었다. 고사리를따는 시즌은 정해져 있다. 5월이 되면 숲에서 뱀이 나오고 고사리가 억세지고 쓴맛이 강해져서 딸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고사리 시즌인 4월에는 사람들이 새벽 일찍부터 산과 들로 고사리를 따러 다닌다. 제주도의고사리 시즌엔 동네 골목과 마당이 있는 집과 옥상엔 삶은 고사리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우연찮게 알게 된 김 권사님이라는 분이 우리 가족을 집으로 초대를 했다. 집 앞마당에는 그녀의 남편이 직접 만들었다는 커다란 가스 불판 위에 고추장으로 양념한 돼지고기가 올려져 있었다. 그 한쪽엔 초록색깔의 무엇인가가 보였다. 알고 보니 삶아서 쓴 물을 뺀 말리지 않은 고사리였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고사리나물은 삶아서 바싹 말렸다가 다시 삶아서 쓴 물을 뺀 갈색 고사리만 먹는 줄 알았다. 제주에선 고사리가 흔해서 그런지 냉동고에 보관을 했다가 고기 요리를 할 때 같이 볶아먹는다고 한다. 초록색 고사리는 냉동고에서 1년간이나지났지만 싱싱할 뿐 아니라 식감까지 좋았다.
한국 인이 즐겨 먹는 고사리가 꾸리아 청년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야생나물인 사게티가 아닐까라는 상상을 해 본다.
4월 9일(화), 감사 일기
1. 남편이 오늘 아침 9시에 집에 도착했다. 건강한 모습을 보니 반가웠다. 독일에선 쇼핑할 시간이 없었어서 내 선물은 못 샀다고 한다. 다행히도 커피빈 30 봉지를 넣어간 캐리어 안에서 지인들이 챙겨준 차종류와 건강보조식품과 얼굴 보습에 좋다는 캡슐용 화장품을 꺼낸다. 독일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하면서 후배들을 위해선 카드를 긁고 온 남편이지만 내 눈엔 최고로 멋진 사람이다. 몇 달 전부터 콘퍼런스를 준비하고 8박 9일 동안에 현장에서 수고한 남편에게 감사.
2. 둘째 아이의 친구가 우리 집에서 이틀 동안 머물다 간다. 부모님이 지방으로 출장을 가셨기 때문이다. 아이가 순해서 나도 맘이 편하다. 그래서 감사.
3. 우리 집의 정원을 8일 동안 관리해 준 레위의 수고에 감사.
4. 시간약속을 정확히 지키고 말이 별로 없는 우버기사 프레드릭을 만나게 되어서 감사.
5. 라마다 금식으로 갑작스럽게 내일은 공휴일이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안 가고 쉴 수 있어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