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스므살에 가난한 농사꾼에게 시집와서 논과 밭, 과수원 일을 하셨다.
지금도 자식들의 밭에
콩과 깨를 심고 거두신다.
여든넷의 나이이시지만
텃밭에 땅콩을 심으시고
마늘과 골파를 심어서 수확하신다.
지금껏 열무는 한 번도 사지 않고
텃밭에서 수확한 걸로만 김치를 담그셨고
자식들까지 챙기신다.
상큼하고 잘 쉬지 않는 열무김치 국물의
비결이 바로 골파에 있었다.
어찌 보면 알이 작은 양파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종자가 다른 돼지골파다.
무더운 여름날 처마 끝에 달아둔 골파가
눈에 들어온다.
엄마의 부엌에선 노란 양파 대신에
보랏빛에 가까운 골파로
김치가 만들어졌던 거다.
엄마의 애씀이 처마 끝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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