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은 있고 투는 없습니다 (1)
수신인 없는 편지, 그 열세 번째 이야기
나는 어린 시절부터 아주 오랫동안,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겠노라 꿈을 꾸었다. 소설이며, 시나리오까지. 쓰고 싶은 글도 많았다. 창작의 샘이 마르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날, 내 문장은 뒤죽박죽 변해 버렸다.
나는 열아홉에 꽤 아팠고, 지금은 다 나았다고 아무렇지 않은 척 얘기하곤 한다. 사실은 꽤 아팠다는 단어로 웃어넘길 수준이 아니었다. 그 시절의 기억이 거의 나지 않기 때문이다.
내 병명은 조울증이다. 그것도 망상, 환청, 환각을 동반한. 오랜 시간 치료를 받으며 어느 정도의 일상생활이 가능한 궤도에 올라섰지만, 여전히 약간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상태다.
무척 아팠던 열아홉, 내 문장은 우울로 젖어 점점 망가지기 시작했다. 친했던 친구들에게 절교 선언을 들은 후로는 더더욱. 그 시절에는 그랬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이 당연했지만, 마음이 아프면 정신과에 가야 한다는 상식이 없었다. 대부분은 우울증 약을 먹는 것조차 쉬쉬했다.
아마도 친구들은 내가 아팠다는 사실조차 몰랐으리라. 끔찍한 망상이 내 마음을 지배했고, 나는 몰아치는 환각과 환청 탓에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하루하루 일상을 영위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겪어보지 않을 때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던 그 고통의 순간들.
하루는 옥상에 올라간 적이 있었다. 분명 해가 지기 시작할 때 올라온 것 같은데, 금세 먹먹한 밤이 되었다. 구름에 가려진 달, 희미한 점으로 깜빡거리는 도시의 불빛들.
세상의 어떤 것도 나에게 살아갈 이유를 주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