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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챗쏭 Jun 05. 2019

해외여행에서 '숙소' 중요한가요

여행이 가진 우연의 주사위는 숙소의 바깥을 구릅니다.


해외여행 3요소를 꼽아보자면,

첫 번째는 비행기표, 두 번째는 숙소, 세 번째는 여행경비.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


이 글을 쓰면서, 아이들에게, 아내에게 물었다.


딸, ①마음가짐, ②여행지의 풍경, ③코스, 이런다.

아들 내미는 ①숙소, ②음식, ③관광지라고 했다.

아내는 ①여행경비, ②시간, ③나의 마음가짐.


써 놓고 보니, 여행을 대하는 가족 각자의 특징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여행의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아빠의 여행 가이드적인 입장과 엄마의 중간자이며 후견인 입장, 아들의 음....더도 말고 덜도 말고 사춘기 딱 그것. 딸의 소녀적 감성이 그대로 표현되는 대답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런 저런 블로그와 여행 카페를 들락거리며 느낀 한 가지는 어느 여행자에게나 다음의 이 질문은 늘 유효하다는 것이다.



“해외여행에서 숙소를 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2019. 우리 가족 스페인 여행의 세군데 숙소

 마드리드의 '#TOC호스텔'
 바르셀로나의 '아이콘 BCN Petit Palace 호텔', BCN 람블라 카탈루냐 아파트먼트'

 그리고 우리가 숙소의 주변에서 만난 것



마드리드 #TOC호스텔의 패밀리룸


그간의 휴양지 여행이 아닌, 첫 유럽여행이었다. 게다가, 아내와 나는 유럽여행하면 배낭여행을 먼저 떠올리는 세대였다. 우리는 처음에 값싼 숙소를 찾았다. 호스텔이며 게스트하우스며 한인민박, 주변에 물어보니 에어비앤비를 추천하기도 했다.


언급되는 모든 곳을 들락거리고 검색하다가, 아내와 나는 서로에게 질문했다. 우리는 호텔처럼 모든 것이 갖춰진 숙소를 원하는가, 아니면, 잠만 자면 되는 값싼 숙소를 원하는가. 이것부터 정하기로 했다. 이곳을 추천하면, 에이, 여기는 너무 오래 된 숙소 같아. 저기는 다녀 간 사람들의 평가가 별로래. 하면서 비토하기에 바빴다.


원칙을 정하고 그에 맞는 숙소를 정하기로 했다.


내가 고른 기준은 같은 값이면 넓을 것. 조식이 포함될 것. 조식은 반드시 평가가 좋을 것. 아이들에게 한 개의 침대가 배정될 수 있는 패밀리룸 형태의 숙소 일 것. 위치는 지하철과 멀지 않거나 시내 중심지와 가까울 것이었다.


아내는 다녀 간 사람들의 후기를 중요하게 평가했다. 평점 8점 이상의 숙소, 최소 100개 이상의 후기. 그리고 조식이었다.


기준을 정하고 보니, 우리는 말로는 게스트하우스도 괜찮고 호스텔도 상관없다고 했지만, 결국에는 가성비 좋은 검증된 호텔을 원하고 있었다.


그렇게 정한 숙소가 마드리드에서는 벙커형태의 아이들 이층침대가 있고, 가성비가 좋다는 소문이 난, 솔광장 근처의 '#TOC호스텔', 바르셀로나에서는 체인호텔인 Petit Palace 호텔 중, 이층침대가 있고 방이 가장 넓으며, 조식의 평가가 좋았던 '#아이콘 BCN Petit Palace 호텔', 지하철역(Diagonal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이고, 카사밀라와도 가까운, 방2개, 주방, 화장실 2개, 거실로 구성되어 가족여행에는 딱이던 '#BCN 람블라 카탈루냐 아파트먼트'. 이렇게 세 군데였다.


마드리드에서는 3박, 바르셀로나에서는 각 2박을 하기로 했다.



TOC호스텔은 솔광장으로부터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다. 오래된 건물 안에 있는 TOC호스텔에서 우리는 유럽이 주는 낯선 느낌과 적응해갔다. 작은 창을 열면 건너편 건물이 보이고, 길을 나서면 골목이 이어지는 곳이었다. 골목을 따라 나서면 광장으로 이어졌고, 숙소를 나서서 얼마 걷지 않으면 시장과 만날 수 있었다. 낮에는 마드리드를 찾아 여행 온 사람들의 여러 모습을 가장 많이 지켜볼 수 있는 곳이었지만, 이른 아침 숙소 주변을 산책하면, 출근하는 사람들, 가게를 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1902 츄레리아의 아침. 근처에 있는 산 히네스가 더 유명한 가게인듯 하다. 아침에 들른 츄레리아는 낮의 모습과 달랐다.


숙소 근처에는 ‘산 히네스’와 ‘1902 츄레리아’라는 유명한 츄러스 가게가 있었다. 두 곳 모두 낮이면 수십명의 여행자들이 줄을 서는 곳이었다. 낮에도 갔던 이곳을 아내와 나는 이른 아침 문 여는 시간에 찾았다. 낮과는 다르게 밤샘 근무를 하고 교대를 하는 경찰관과 구급대원, 청소부의 아침식사가 준비되고 있었다. 조간신문을 보는 사람, 출근길에 들러 포장을 해가는 사람, 단골인 것처럼 익숙하게 주인과 인사를 나누며 메뉴를 골라가는 사람들. 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모습이 시장의 신선함으로 느껴졌다.


어느 곳이나 우리는 정한 숙소가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 볼 수 있는 곳이기를 바랐다. 여행자이면서도 그들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여행지에서 그곳의 서점을 꼭 가보고 싶어 했다. 아는 스페인어라고는 ‘Hola’와 ‘Gracia'뿐이지만, 그곳의 책을 보면 그들의 생각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마침, TOC호스텔 근처에는 ’Casa del Livro'라는 서점이 있었다. 읽을 줄 아는 글 한 줄 없었지만, 꽤 오래 그곳에 머물렀다. 여행을 간 도시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면 서점과 도서관이니, 그 중에 서점을 간다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잠시 만나보는 시간이기도 한 것이다. 어쩌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느낌을 가장 잘 알아차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바르셀로나의 첫번째 숙소, 아이콘 BCN 호텔


바르셀로나의 첫 번째 숙소 아이콘 BCN 호텔의 근처에는 학교가 있었다. 우리가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로 떠나 숙소를 찾아 걸을 때, 마침 학교가 끝나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을 데려가려 나온 학부모들로 길거리는 붐볐다. 우리의 그 모습처럼 고개를 안으로 향하고 나오지 않은 아이들을 기다리는 엄마들. 아이의 가방을 챙겨들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려 허리를 굽힌 아빠들. 그들이라 해서 우리의 모습과 다를리 없었다. 전해지는 마음도 그랬다. 우리는 느리게 걸으며, 일상의 저녁,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가는 부모의 마음을 함께했다.


BCN 람블라 카탈루냐 아파트먼트는 셋 중의 숙소 중에 가장 만족스러웠다. 오래 된 유럽의 집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였다. 방 2개는 거실을 두고 마주보고 있었고, 모든 조리기구와 식탁이 갖춰진 주방은 우리에게 유럽에서 살아보는 느낌을 선물했다. 우리는 까르푸를 찾아 장을 봤다. 고기며 채소며 쌀과 와인과 과일을 사서 숙소에서 만찬을 즐겼다. 집에서 먹는 편안함이 있었다. 숙소에서 밥을 해먹는다는 것은 햇반과 라면을 꺼내 물을 끓이는 것과는 달랐다. 




열심히 찾은 숙소, 그러나 그 바깥

여행이 가진 우연의 주사위는 숙소의 바깥을 구른다.
우연히 만난 여행의 행운을 알아차리는 여행자의 눈과 마음을 갖추는 것이 여행자가 받아든 숙제였다.


얼마 전 읽은 김영하 작가의 신간 ‘여행의 이유’에서 눈길을 끈 대목이 있었다.

여행에서 호텔의 의미에 대하여 쓴 부분이다.

호텔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로부터 거부당하지 않고 안전함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다. 
집이 의무의 공간이고, 오래 살아 온 집이 상처와 기억들로 채워져 있다면, 
호텔은 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
설령 어릴러진다 해도 떠나면 그만인 곳. 
마치 새 집에 들어 선 것처럼 설레이게 하고 삶이 리셋되는 기분마저 느끼게 하는 곳이다.

「여행의 이유」,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김영하


호텔의 침대에 깔린 깨끗하게 펼쳐진 하얀 시트를 마주하면서, 우리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났음을 알아차린다. 새롭고, 신선하고, 설레고, 여행이 주는 행복이 하얀 시트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러다 문득, 일상을 만나기라도 하면, '익숙함의 반가움'에 두 눈 커지는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그래서, 여행자이면서도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처럼 지내보는 것은 여행의 행운이다. 여행을 떠나는 것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일상과 다름을 찾겠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래서 여행에서 일상을 느꼈다며 즐거워하는 것은 일면 아이러니이고 모순이다. 그럼에도 여행에서 느끼는 일상은 우리의 여행을 더욱 만족스럽게 했다. 떠나온 일상을 한발 멀리 서서 지켜보는 것. 반복하던 일상을 새롭게 바라본 느낌. 그것은 여행의 행운이었다.



아침을 파는 식당을 찾는 것, 서점을 가는 것, 하교하는 아이를 기다리는 것,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것,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 쌀을 씻어 밥을 하는 것. 모두가 일상의 그것이다. 하지만 새롭다.






여행에서 묵을 숙소를 찾다보니 숙소의 외관과 특징 정도는 미리 알아 볼 수 있었다. 오래 된 호스텔인지 지어진지 얼마 안 된 호텔인지. 공간의 크기며 가구의 구성이며 조식의 가짓수까지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쳐 보면 알아낼 만한 정보였다. 깨끗하게 펼쳐진 하얀 시트의 느낌마저도 그랬다.


그럼에도, 숙소의 바깥 그것은 알지 못했다.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숙소를 소개한 글에도 나타나지 않는 숙소를 둘러 싼 바깥의 풍경. 알고 보면 숙소는 여행자에게 완벽한 낯설음을 제공하려 애쓴다. 그러나 우리는 숙소의 주변을 통해 일상의 모습을 재발견한다. 이것이 여행의 맛이라며 즐거워한다. 여행의 묘미이고 여행의 행운이라며 들떠하기도 한다. 


수많은 검색으로 찾던 숙소의 조건에는 없던 것인데 말이다.


우리는 앞으로의 여행에서도 숙소의 조건을 열심히 찾을 것이다. 평방미터를 찾아 내 비교할 것이고, 조식의 평가도 반드시 찾을 것이다. 아이들이 각기 침대를 하나씩 차지할 수 있는지, 주변은 시끄럽지 않은지, 지하철역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열심히 찾아 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숙소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숙소의 바깥을 더욱 기대하기로 했다. 



여행이 가진 우연의 주사위는 숙소의 바깥을 구르고 있을테니까. 다만, 이것을 알아차리려면 세심한 눈매와 관찰력이 있어야 한다. 한결 여유로운 여행자의 자세도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가 여행자로서 받아 온 숙제였다.



※혹시, 스페인 가족여행(4인 기준)에 도움이 되시라고, 숙소의 실명과 업소명을 일부 그대로 썼습니다. 다음편은 스페인 가족여행에 실도움이 될, 비행기편과 여행경비에 대하여 써 볼 생각입니다.


이 글은 아래의 글과 함께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다만, '작가챗쏭'에게 빠져들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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