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유독 지후가 기저귀 갈기를 거부하던 날이었다. 아침부터 응아를 안 닦겠다며 악을 쓰고 소리를 지르는 지후. 계속 놀고 싶은 마음을 읽어주고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지후에게 가 봐도 반응은 마찬가지. 그러면서 점점 어린이집 등원 시간에 쫓기게 됐고, 그러다보니 내 말투도 점점 급박해지고 엄해졌다. 엄한 표정과 말투를 사용하는 나를 보며 지후는 나를 밀쳐내고 보란 듯이 더 크게 악을 쓰며 울어댔다. 내 눈을 마주하고 악을 쓰며 우는 지후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 상황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화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서있는 지후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아무 말 없이 침실로 들어와 문을 닫고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처음엔 내가 그냥 가버려서 더 크게 악을 쓰던 지후가 어느 순간 울음을 그쳤다. 침실 밖이 갑자기 조용해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지후를 내버려둔 채 굳어버린 얼굴로 휴대폰을 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이 담긴 SNS를 보고 기계적으로 스크롤을 내리며 내 감정을 추스르려 심호흡을 했다.
그렇게 1분 정도 지났을까? 침실 문을 여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발치 아래에 느껴지는 존재감. 고개를 돌려 보니 지후가 침대 아래쪽에 얼굴을 기대고 있었다.
이 조그만 게 지금 날 달래주러 온 걸까....?
아니면 항복이란 건가?
지후에게 “이제 응아 닦을 준비 됐니?”하고 물으니 “응”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화장실로 가자고 하니 순순히 앞장서서 걸어가는 지후. 씻기고 기저귀를 갈아주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밝은 표정으로 조잘댄다. 그런데 난 왜 이렇게 민망하고 미안한 거니... 고작 기저귀 가는 것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났다니. 한심하다.
응아 닦는데 협조해줘서 고맙단 인사를 건넨 뒤 “그런데 아까 지후가 응아 닦기 싫다고 엄마를 밀치고 소리 질러서 엄마도 화가 났었어.”하자 지후가 “엄마 때리면 안 돼, 엄마 아야” 그런다. “그래, 엄마든 다른 누구든 사람을 때리는 건 안 돼. 대신 우리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해주자. 사랑해~”하고 안아주니 내 품에 안긴 채로 “사라해(사랑해)~”하고 답한다.
뜬금없던 사랑고백 타임을 뒤로 하고 허겁지겁 준비해서 지후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돌아오는 길, 친정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어버이날이라고 박 서방이 전화를 했다고. 그저께 봤으면서 뭘 또 전화를 했냐고 하는데, 전화상으로 느껴지는 엄마의 표정은 입 꼬리가 광대뼈까지 올라가 있는 것 같다.
그나저나 오늘이 어버이날이었구나.
어버이날 나는 이렇게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