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의 표현법'을 읽고
회의 자리에서 한 번쯤 겪어봤을 만한 일이다. 말을 하고 제대로 생각을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찜찜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말의 해상도가 낮은 느낌이랄까. 말하기 즉, 커뮤니케이션은 직종과 포지션을 막론하고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스킬이다. 최근에 읽은 책 중 글쓰기가 말의 해상도를 높인다고 이야기하는 책이 있어 소개해 보려고 한다.
'카피라이터의 표현법' 저자 아라키 슌야는 일본 최대 광고 회사 덴츠에서 20년간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저자는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표현력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서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책을 통해 표현력이 중요한 이유부터 표현력을 기르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다루고 있다.
전달법은 이미 언어화된 생각을 전달하는 기술을 말한다. 표현법은 말의 내용, 다시 말해 머릿속 생각을 언어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 책은 소통의 본질이 전달법이 아닌 표현법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전까지 언어를 표현법과 전달법으로 구분 지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일을 하면서도 전달법은 신경 썼지만, 표현법은 그저 ‘독서를 많이 하면 향상되는 것 아닌가’ 막연하게 생각했다. 저자는 표현법을 향상하는 비밀이 메모, 즉 글쓰기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에게 메모는 단순히 잊지 않기 위한 도구가 아닌,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다. 우리의 생각은 뇌 안에서 언어가 아닌 어렴풋한 이미지로 존재한다. ‘감각’ 또는 ‘개념’이라 불리는 상태다. 메모, 즉 글쓰기는 이런 감각이나 개념을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다. 꾸준한 글쓰기가 생각을 언어화하는 능력(표현력)을 향상하고, 말의 해상도를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20년 간 카피라이터로서 표현력을 향상하기 위해 실천했던 구체적인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1. A4 용지를 준비한다.
2. 맨 위에 질문을 크게 쓴다.
3. 종이를 위아래로 나눠 각각 ‘사고’와 ‘이유’라고 쓴다.
4. 일단 떠오르는 생각을 한 줄 써본다.
5. 연상 작용으로 더 깊이 들어가 더 써본다. 이미 쓴 문장에 대해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라고 물으며 말의 해상도를 높여간다.
6. 마지막 문장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쓴다.
7. ‘이유’ 부분도 ‘사고’처럼 연상 작용을 통해 더 깊이 들어가 써본다.
저자는 이렇게 A4 한 장을 2분이라는 제한시간을 정해두고 실천할 것을 제안한다. 2분의 제한시간을 두는 이유는 급박한 상황에서 집중력이 올라가는 효과를 위함이라고 한다.
며칠간 직접 해봤다. 막상 2분 안에 메모를 끝내는 게 쉽지 않다. 오래 걸릴 때는 10분까지도 걸린다. 익숙해지면서 시간은 조금씩 줄어든다. 처음 할 때는 너무 시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핵심은 하루 중 잠깐이라도 내 안의 생각을 글로 끄집어내는 습관에 있을 테니까.
책의 부록에 표현력을 기르기 위한 500가지 질문이 수록되어 있다. 글감 고민을 덜어준 셈이다. 이 질문들을 하루에 하나씩 위와 같은 방법으로 해보는 것만으로도 500일간 글쓰기 연습과 함께 표현력 트레이닝을 해볼 수 있다.
흔히 말을 잘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저는 화려한 언변, 신뢰감 있는 목소리와 같이 전달력 부분을 먼저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전달력만큼이나 글쓰기를 통해 표현력까지 갖춘다면 진정한 말하기의 고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꾸준히 글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를 또 발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