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의 평가가 아닌, 나만의 비타민이 되어줄 진짜 도파민
새해라는 말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일이야 어찌 됐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매년 1월 1일에 북적이던 헬스장 등록 데스크가 바로 다음날부터 휑해지는 건 비밀이지만요(쉿). 여러분은 1월 1일에 다짐했던 일을 잘 지키고 계신가요? 걱정 마세요. 저는 이미 벌써 지키지 못한 다짐을 저희 집 창고에 모른 척 넣어두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모두 새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달라도 새로 시작하는 마음만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나를 맞이하고자 노력합니다. 리프레시를 하는 거죠. 그런데, 매번 이맘때가 되면 새 마음 다짐한 우리에게 어김없이 청구서처럼 날아오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인사평가와 승진 발표 시즌이죠.
12월에 진행되는 기업도 있지만 주로 직장에선 1~2월에 인사평가가 이루어집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서 어떤 업무 목표를 세웠고,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스스로 돌아보며 상사에게 평가받는 시간입니다. 저도 곧 인사평가에 자기 평가를 작성해야 하는 시즌입니다. 맘 같아서는 이렇게 써버리고 싶습니다.
<2024년 목표>
업무 목표: 시키는 것
업무 성과: 받는 만큼 열심히 했음
내년 목표: 승진과 연봉 상승. 제발.
네, 이렇게 쓰면 바로 팀장님께 불려 가서 혼나겠죠? 그렇지만, 상승된 월급은 언제나 새롭고 짜릿한 걸요! 왜 그런 말도 있잖아요. 직장인에게 승진과 월급 때면 뭐가 남겠느냐고. 아마, 드라마 <미생>에서 나온 대사인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인지 직장인이 되고 난 후로부터는 자연스럽게 나의 고과평가가 지난해의 나를 정의하는 것만 같습니다. 사실, 회사에서의 내 모습과 자연인으로의 내 모습은 분명하게도 다른 데도 말이죠. 직장인이라는 시간과 돈을 바꾸는 지난한 무게를 견디다 보니 어느샌가 회사에서의 나의 모습이, 지금의 나의 모습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회사에서의 나의 모습도 중요합니다. 다만, 진짜 나의 모습에 회사가 전부가 되는 것은 어딘가 나를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지난해 회사에서 세웠던 목표를 달성했는지 대답은 매년 성실하게도 잘하면서, 정작 진짜 나를 위한 목표는 무엇을 이루었나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한데, 자연인의 제가 세웠던 목표들을 쭉 둘러보니 왜인지 조금 짠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리스트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마치 새로운 자극과 도파민을 찾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작사학원 다니기, 피그마(Figma) 배우기, 유튜브 팟캐스트 시작하기, 인스타 그림 계정 시작하기, 카피라이팅 관련 책 집필하기 등등..... 회사 일 외에 이렇게도 많은 새로운 자극을 목표로 삼았다는 건, 역설적이게도 회사가 저에게 주는 도파민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일이 아닌 이른바 딴짓을 작당할 때 뿜어져 나오는 도파민. 왜 회사 일에는 잘 분비되지 않을까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의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도파민의 작용을 찾아보면 이렇습니다. 도파민은 유기 화합물의 일종으로 중추 신경계에서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으로 작용한다고 합니다. 주로우리의 뇌의 보상회로에서 분비되어 자극에 대한 보상을 예측한다고 해요. 우리에게 긍정적인 보상을 인지 시키고 만족감을 느끼게 하고, 이를 통해 행동을 반복하도록 유도합니다. 그래서 도파민은 어떤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꼈을 때 동기부여의 역할을 합니다. 요즘은 짧은 동영상을 반복적으로 보게 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사람을 보는 걸 '도파민 중독'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부정적인 의미로 알려지고 있긴 하지만, 사실 도파민은 우리의 동기부여에 아주 중요한 역할하는 물질인 셈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회사에서의 하루, 넓게는 365일을 돌아보면 도파민의 관점에서 보면 녹록한 환경은 아닙니다. 어쩌면 매일 반복되는 일을 해야 할 때도 있고, 직장상사의 지시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있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도 있고요. 일단, 재택이 아니라면 여러분은 매일 아침 알람과 씨름하면서 출근합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저녁이 오기를 바라면서 한 주를 보낼 때도 있고요. 물론, 직장에서 자신만의 능력을 발휘하여 성취와 행복감을 이루어내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문제는 그 성취의 순간은 짧다는 데 있습니다. 365일을 기준으로 보면, 성취와 인정의 순간이 얼마나 될까요? 많아도 20일은 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운이 좋다면 30일이 넘을 수도 있죠. 하지만, 모든 직장인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지 않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 마저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더불어, 제 주변에 이른바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 끊임없는 평가와 보상의 연속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도 무력감을 느끼는 친구들도 왕왕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주어진 조건에서 미션을 깨듯이 문을 열고 나아가다 보니 도파민은 차오르는데, 정작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 없이 성취감을 느끼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즉, 평가라는 시스템 안에서는 성취를 느끼지만, 정작 그것이 없을 때 자신만의 방식의 성취감 추구의 방법은 잘 모르겠다는 거죠. 남들의 평가 없이도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나 도파민 분비가 멈춰버린 셈이죠. 오히려 그런 친구들은 더 쉬운 다른 자극에 더 쉽게 빠져드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과도한 소비, 나 연애에서의 과도한 집착, 정도를 넘어선 다이어트 등 도파민이 나오긴 하지만 정작 돌아보면 진정으로 내면을 채워줄 수 있는 도파민은 없는 거죠. 물론 이건 과학적인 이야기라기보단, 삶의 태도에 가까운 이야기이긴 하지만요.
"참 잘했어요. 이후로 멈춰버린 진짜 도파민"
우리의 어린 시절 초등학교 교실을 상상해 봅시다. 그 시절 교실 밖에서 최고의 도파민은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뛰어놀며 술래잡기와 숨바꼭질을 할 때입니다. 잡히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 보면 본능적으로 도파민 파티에 빠졌죠. 집에 가는 길에 컵 떡볶이와 피카추 돈가스까지 먹으면 최고의 도파민이죠. 교실 안에서는 어떨까요? 교실 안에서는 "참 잘했어요" 도장이 바로 그 역할을 했었습니다. 선생님의 '평가'에 의해 인정을 받게 되고, 행복감과 성취감이 생겨나게 되죠.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수우미양가(이런, 연식이 탄로 나는 순간이네요)로 평가받았고 '수'가 많을수록 부모님께도 칭찬을 들었습니다. 중학교 때는 평균 90점 이상을, 고등학교 때는 등수로 메겨지는 시험 성적을 통해 누군가 우리에게 주어준 평가항목에 충족했을 때 돌아오는 칭찬과 보상에 이른바 '도파민 스파이크'가 찍히는 것이 익숙해지게 된 거죠.
문제는 언제나 학교를 졸업하고 생겨납니다. 사회에 나오고 각자 자신만의 진로를 정합니다. 그 이후에도 직장과 사회가 정한 기준에 의해서 평가를 받게 되지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것에 의한 도파민은 자주 오지도 않으며 타인의 기준에 의지해야 한다는 허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직장이라는 공간은 학교와는 다릅니다. 학교는 교육만을 목표로 우리의 가능성을 알아봐 주고 북돋아주기 위해 '평가'를 이용합니다. 하지만, 회사는 전혀 다릅니다. 회사에서의 평가는 얼마나 내가 이 회사에 업무적으로 기여했는지, 유능한 지, 지속적으로 보상을 상승시켜도 될지를 판단하기 위해 '평가'합니다. 내가 일을 정말 사랑하고, 열정이 있고, 일을 하는 순간 자체가 행복하지 않다면 '평가'와 '(금전적인) 보상'만으로 지속적으로 도파민이 분비되고 행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쓰다 보니 직장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사람처럼 적어놓았지만 저는 나름대로 제가 하는 광고마케팅 일을 매우 사랑합니다. 다만, 제 스스로 올해 제 스스로와 약속하고 세우고 싶은 목표에는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나만의 도파민'을 찾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SNL 한예슬 씨 편에서 <도파묘> 에피소드에서 김고은 역할을 맡은 이수지 님의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도파민은 도파민으로 눌러야죠'. 네, 그렇습니다. 회사의 평가와 남들의 시선이 주는 시간의 무게를 묵묵히 이겨내고, 짧은 동영상을 오르내리며 엄지를 분주하게 움직이며 때우는 순간들의 젖어들 않고, 나만의 시간과 공간에서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도파민'을 찾아가 보고자 합니다. '참 잘했어요'가 아닌 '참 행복했어요'로 나의 방법을 바꾸어보고자 하는 거죠.
새해 여러분은 어떤 도파민을 계획하고 있나요?
도파민은 잘 활용하면 성취감과 몰입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올해는 '잘하는 나'보다 '행복한 나'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요.
온전한 도파민과 함께 하는 우리 모두를 응원합니다.
자, 이제 완전한 몰입의 시간입니다.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