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시 삼십 분 알람. 이불 밀쳐 내고 밤새 중력에 묶여 있던 다리 접고 침대 발치에 앉는다. 온 방 안 시끄럽게 흔들어 대는 소리 멍한 손짓으로 잠재우고 아침을 시작한다. 깜깜한 커튼 뒤 기다리던 아침 공기 몇 콧등에 닿고는 겨드랑이 간질여 몸을 밀쳐낸다.
터벅 걸음 몇, 부엌 전기포트 물 받고 전원 스위치 누른다. 커피콩 핸드밀에 담고 부드럽게 손잡이 돌린다. 아프리카 어디서 왔다는 녀석 몸에는 달콤하고 풍만한 꽃향기 피오른다. 드리퍼 필터에 가루 담는다. 뽀그르르. 뽀그르르. 드립 주전자 따뜻한 물은 작은 폭포수로 커피내 휘감는다. 화사한 꽃내음 코안 점막 가득 눌어붙은 시큼한 아침 공기 쫓아낸다. 온몸 가득 채운다.
C8H10N4O2 이깟 알파벳 분자식 모른들 무슨 상관인가. 주의력, 기억력, 인지기능 좋아진다는데. 항산화 작용으로 만수무강한다는데.
오전 내 숨찬 시간, 의자에 몸 기대앉는다. 빨간 주전자 건너 커피머신. 나뭇잎 캡슐 버튼 누른다. 향긋한 진동음 책상 내달리고 달다리 짙은 꽃내음 피오른다. 낙엽 타는 향보다 더 진득한 아로마 가득 조밀한 공간. 힘줄 타고 근육 지나 오금으로 전달된다. 마침내 중력 거슬러 몸을 벌떡 서게 한다. 커피는 23시 59분 59초까지, 버티게 하는 생활의 정수다. 나는 커피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