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첫 입원의 추억
마치 여행 가방을 싸는 것 같았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라 짐 싸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다. 목베개가 삐져나와 있는 게 얼핏 보면 곧 비행기 탈 사람의 짐가방 같다. 다만 이번에는 여권 대신 굵은 빨대를 넣었다는 점이 다르달까?
병원 생활을 해본 적이 없으니 뭐가 필요할지도 감이 안 와서 갑상선 환우 커뮤니티를 뒤졌다. 수술을 하고 나오면 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 물을 마실 때 구부러지는 빨대를 사용해야 한단다. 양손으로 잡고 마실 수 있게 손잡이 달린 물컵도 준비하란다. 입원 선배님들이 알려준 대로 꼼꼼하게 짐을 싸고 평소처럼 침대에 누웠다.
두렵거나 떨리진 않았다. 오히려 약간 설레기까지 했다. 이미 수술 후기는 꽤 찾아 읽어 보았다. 마취제가 들어가고 눈을 감았다 뜨면 수술이 끝나 있을 거라던 ‘선배님’들의 말씀을 철썩 같이 믿고 모든 걱정은 내려놓았다. 수술에 대한 걱정보다는 오히려, 수액을 달 때 굵은 바늘로 찌른다던데 그게 더 아플까 봐 걱정이었다. 무식해서 용감하다고 나는 그렇게 호캉스(?) 가듯 병원으로 떠났다.
나의 첫 입원 생활은 6인실 창가 쪽 침대에서 시작되었다. 난생처음 환자복을 입고 어색하게 침대에 앉았다. 데려다 주신 부모님도 환자복 입은 나를 어색하게 바라보셨다. 마침 그 시간은 간호사 인계 시간이어서(데이 근무에서 이브닝 근무 번으로 넘어가는 때였다.) 한참 기다리니 담당 간호사님이 오셨다. 그 후로도 외과 의사 선생님과 마취과 의사 선생님이 줄줄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시며 내게 내일 있을 수술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보호자 사인도 받아가셨다. 나는 당연히 환자 본인의 사인이 우선 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가 충분히 의사 결정하고 사인도 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보호자 사인을 받아가셨다.
언제 주사 바늘을 찌르려나 기웃기웃거렸더니, 담당 간호사님이 들어오셔서 수액을 달아주셨다. 바늘을 꽂고 움직이지 않도록 그 위에 붙여 놓은 스티커에 주사 바늘 굵기를 뜻한다는 ‘18G’와 날짜를 적었다. 한번 라인을 잡으면 5일 후에는 다른 곳에 다시 주삿바늘을 찔러야 한다고 했다. 부디 다시 찌르기 전에 퇴원하기를 바라며 수액줄이 주렁주렁 달린 내 팔뚝을 기념사진으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