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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weller Aug 06. 2024

여름마다 물놀이를 하러가는 부모의 심정에 공감하게 됐다

조카와 함께한 짧은 바다 계곡 여행기

조카의 유치원 여름방학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여름휴가를 보냈다. 휴양지는 부모님의 강원도 집. 요즘 4도 3촌인가가 유행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엄마아빠는 그걸 2년 전부터 하고 계신다. 주중에는 서울에서, 주말에는 고도가 높은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생활을 하신다. 우리 가족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여름휴가로 강원을 자주 가곤 했다. 서울보다 고도가 높아 훨씬 시원했고, 바다보다는 산을 선호하는 우리 가족의 취향도 한몫했던 것 같다. 어릴 때는 나와 동생의 선호보다는 사실 부모님의 취향이 더욱 강력하게 반영되었으니, 바다보단 산을 좋아하는 부모님의 입김이 더 크지 않았나 싶다. 어찌 됐든 나는 그런 가족의 문화 속에서 자랐으니, 자연히 여름의 강원(정확히 말하면 태백산맥의 서쪽에 위치한 영서지방의 강원)이 익숙했고 이젠 익숙해지다 못해 엄마아빠가 집을 지으셨으니, 가족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는 장소 역시 고도가 높고 시원한 엄마 아빠의 강원도 집이 되는 것이다.


동생네 가족은 미국에서 생활을 하다가 얼마 전 한국에 와서 몇 년을 살게 됐다. 그래서 이번 여름휴가는 우리 가족에게 큰 축복이었다. 특히 4살 난 조카에게 한국의 여름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 하는 가족 모두의 열정(?)으로, 우리는 동해 바다에도 가고 강원도 산골 계곡도 갔다. 더운 여름에 좀처럼 물놀이를 하지 않았던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정은 이례적인 것이었다. 덥고 습기 많은 여름 날씨를 견디기 어려워하는 나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그러나 조카와 함께 경험하는 여름 바다 해수욕과 계곡에서의 물놀이 같은 것들은 그 모든 악조건을 뚫고서도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어 보였다.


수위가 낮아 아이들과 놀기 좋았던 소돌해변


나에겐 아이가 없지만, 아이가 있는 사람들이 왜 여름마다 굳이 해수욕을 하러 다니고, 물놀이를 하러 다니는지, 힘들게 일하고 쉬는 주말에 왜 굳이 식물원 같은 델 데려가고 놀이공원에 가는지 조금 이해가 된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회사 선배는 월요일만 되면 주말에 아이와 어디를 다녀왔다고 하며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곤 했다. 애 키우면 이렇게 돼.. 주말에 쉬질 못해. 선배는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땐 나는 왜 애를 낳고 그 고생을 하며 사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힘들게 월화수목금을 보내고 꿀 같은 그 주말의 시간을, 오로지 애를 위해 쓰며 쉬지 못하면, 그럼 나의 인생은 어떻게 되는 것이란 말인가. 나의 인생은 온통 회사 일과 육아로 전부 소진되는 것 아닌가. 무슨 의미가 남는 것인가. 한때는 이런 회의적인 생각에 미래를 비관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 조카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 나는 이 세상 수많은 부모의 주말과 여름휴가가 오로지 아이들만을 위해 쓰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자기 얼굴보다 훨씬 큰 밀집모자 쓰신 귀여운 애. 아기가 바라보는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물이 얕아 아이들이 북적댔던 흥정계곡. 애기 튜브 타고 귀여워 죽겠음.


그 시간은 아이가 경험하는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행복을 경험하는, 정말 경이로운 시간인 것이다. 조카와 함께 차 뒷자리에 앉아 90년대 여름 음악을 들으며 내가 이상하게 추는 춤을 조카가 진지한 표정으로 따라 추는 모습, 해변에 도착해 조카의 두 손을 잡고 풍덩 바다에 들어가 몰려오는 파도에 하나 둘 셋을 외치며 점프할 때 까르르 웃으며 온몸으로 행복해하는 조카의 모습, 눈에 짜디짠 바닷물이 들어갈 때마다 작은 손으로 작은 얼굴을 가리며 타월을 달라고 외치던 조카의 모습, 바닷물보다 훨씬 차가운 계곡에 앉아 수많은 돌멩이들을 장난감 덤프트럭으로 파던 순간들. 아기 튜브를 타고 시원한 물살을 즐기던 조카의 모습. 이런 모든 작은 순간들이 조카에게만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뿐 아니라 이모인 나에게도 얼마나 큰 기쁨과 경이를 누리게 하는지 알게 된 것이다. 그 애가 느끼는 바닷물의 감촉과 온도, 모래의 까끌거림, 뜨거운 햇살 같은 것들이 온전히 나에게도 새로운 것들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가 되면 새로운 차원의 세상이 열린다는 거구나, 아주 조금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내가 그 애를 사랑하는 만큼 그 애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도 소중해질 수 있었다.


파도타는 게 재미있어서 행복지수 올라간 귀여운 아기


여전히 나는 뜨거운 햇살이 싫고 찝찝한 물놀이도 선호하지 않지만, 조카와 함께라면 기꺼이 또 언제라도 함께 놀 수 있을 것 같다. 벌써 8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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