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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weller Jul 12. 2024

웨이트 트레이닝의 괴로움과 즐거움

저질체력 마른비만이 근육운동 시작하게 된 계기 

올해 2월 말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으니, 이제 거의 4개월째가 되어 간다. 평생 와식생활을 가장 즐겼고, 웬만해선 싫어하기 힘든 가벼운 산책도 그다지 즐기지 않았던 내가 근육운동을 시작해 4개월 이상을 지속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나 스스로도 놀랍다. 회사에 다닐 땐 점심시간을 이용해 필라테스를 1년 넘게 배워보기도 했고, 퇴근 후에 꽤 많이 걸어가야 있는 요가원에 들러 요가 수련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운동을 해야 한다는 당위만으로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기란 쉽지 않았다. 본성상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어린 시절 1년 동안 할머니 손에 이끌려 다니던 수영이 생각났다. 수영이라면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랜 시간 꾸준히 지속해 봤던 몇 안 되는 운동이니, 어쩌면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나의 직감은 맞았고, 나는 1년 반 정도 수영을 꾸준히 하고 있다. 수영은 나를 구원했다. 운동하러 가야 하기 때문에 수영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수영을 하고 싶어서 수영을 하러 갔다. 그러나 소위 수태기(수영 권태기)라는 것이 올해 초 나에게도 찾아왔는데 아무리 지속적으로 수영을 해도 특정 실력 이상 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런 나에게 친한 친구가 근육 운동을 권했다.




친구는 작년 가을부터 루푸스라는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다. 소장에 문제가 생겨 한 달을 입원했던 친구의 몸은 자기가 자기 몸을 공격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친구는 입원 생활을 회고하며 말했다. 나는 혼자서 화장실 가는 할머니가 될 거야. 한 달간의 입원 생활 동안 그녀가 목격한 것은 근육이 없는 할머니들이 죄다 기저귀나 타인의 손에 의해 용변을 해결해야 하는 모습이었다. 유병장수라고, 그녀는 이 경험을 계기로 반드시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이 튼튼한 할머니가 되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접영을 멋지게 하는 할머니가 되기를 꿈꾸게 된 것이다.


근육이 있는 할머니가 되는 것, 30대 중반인 내게는 아직 조금 멀게만 느껴지는 이야기이긴 하다. 친구는 덧붙여 말했다. 근육 1kg가 3,000만원이나 마찬가지래. 근테크가 중요한 거래. 근육 없어서 넘어지고 몸 망가져서 병원에 몇천만원 씩 쓰는 미래를 생각하면 아찔하긴 하다. 그래도 여전히 큰 동기부여는 되지 않았다. 이어서 친구는 말했다. 수영을 잘하는 언니들은 다 헬스를 하더라. 나는 솔깃했다. 안 그래도 늘지 않는 수영실력에 풀이 많이 죽어있던 터다. 생각해 보면 수영선수들은 다 헬스를 하니까, 수영을 잘하려면 당연히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하는 거겠지? 나는 수영을 더 잘하고 싶었다. 애플힙이니 바디프로필이니 하는 것들은 관심 밖이었다. 나는 그저 수영을 잘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헬스장에 가서 PT 등록을 했다. 바다를 보며 트레드밀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정말 멋진 위치에 있는 헬스장이라 마음에 들었다.




사실 살면서 PT를 받아보지 않은 건 아니다. 대학생 때 한창 헬스장 1년 회원권을 끊는 게 유행하기 시작했고, 부모님을 따라 나도 같이 헬스장에 다니긴 했다. 거기서 만난 여자 PT선생님 빅토리아는 애초에 내 몸이 건강해지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자연히 PT는 10회도 되지 않아 종료됐다. 한 번은 여성 순환운동이라고 하여 운동기구가 둥그런 원으로 배치된 헬스장에 다닌 적도 있다. 주로 4050 여성들이 다니는 곳이었고, 음악에 맞춰 30초 동안 각자 기구를 하다가, 옆 자리로 옮겨서 다음 기구를 하는 방식의 특이한 운동이었다. 나를 전담해 주는 트레이너가 없이 모두에게 획일화된 기구를 숨 가쁘게 움직이며 하는 운동방식은 내게 맞지 않았다. 결혼 전에 잠시 PT를 받아보기도 했지만, 워낙 기초체력이 없던 나는 심한 운동 강도에 구역질을 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PT는 나에게 공포 혹은 내 인생에 다시없을 것만 같은 무엇이었던 것이다.


관장님은 여성들에게 근육운동과 유산소 운동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무조건 근육운동 먼저 하길 권한다고 하셨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근육운동을 많이 안 하는데, 사실 근육이 있어야 체력이 받쳐주고,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나는 바다가 보이는 헬스장에서 근육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내 나이 또래의 여자 트레이너님이 나의 운동 코치가 되어 주셨다. 선생님은 운동 목표가 뭔지 물어보셨다. 나는 다른 거 필요 없고 그냥 건강하고 튼튼한 체력을 갖고 싶다고 했다. 보통 여성 회원들은 애플힙을 만들거나 바디프로필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고 하셨지만 나에게 그런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저 근육이 더 생겨서 덜 피곤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수영을 더 잘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으니까.


경험상 여자 트레이너들은 내가 튼튼해지는 데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이 생각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내게 맞는 운동강도로 천천히 운동을 가르쳐주셨다. 쓸데없는 수다를 권하지도 않으셨다. 나는 쉬는 중간중간마다 열정적으로 질문을 했고, 선생님은 친절히 설명해 주셨다. 나는 근육이 거의 없고 지방의 비중이 많은 ‘마른 비만형’이다. 그런 사람이 근육운동을 시작하면 평생 열심히 근육을 써본 적 없는 몸뚱이는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른다. 그나마 1년 이상 꾸준히 해온 수영 덕분에 몸이 조금은 ‘풀린’ 상태로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다행이다. 그러나 수영은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인만큼 무산소 운동인 근육 운동은 절대적으로 다른 종류의 훈련이다. 2kg 덤벨은 들기만 해도 무거운데 그걸 들고 별의별 짓(?)을 해야 했다. 등 운동을 할 때는 등근육을 느껴가며 해야 된다는데, 도무지 등근육이 느껴지지를 않았다. 엉덩이 운동은 엉덩이 근육을 느끼며 해야 한다는데, 엉덩이 근육이라는 게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아무 감각이 느껴지질 않았다. 그래도 일단 하라는 대로 무조건 따라 해봤다. 주말에는 따로 나와서 개인운동을 하며 배운 걸 연습했고, 주 5일 하는 수영레슨도 적어도 주 3회는 나갔다. 오전에 수영을 하고 오후에는 PT를 받는 날도 있었다. ‘지금 내 직업은 운동선수다’라고 되뇌며 나를 몰아갔다.




그렇게 주 3회, 한 달을 빼먹지 않고 운동을 한 마지막 날, 나는 선생님께 작은 선물과 편지를 드렸다. 내 인생엔 다시없을 PT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 덕분에 한 달 동안 포기하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었다고,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선생님은 PT 한 달을 끝내고 이런 걸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하시며 감동을 받으셨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한 달 운동한 게 얼마나 대단하다고 호들갑이냐 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 근육운동을 한 달 한다는 것은 정말 기적에 가까웠기에 뭐라도 표현하고 싶었다.


헬스장에서 보이는 바다뷰 


그리고 나는 다시 1:1 PT 3달을 결제했다. 현재 직장을 다니지 않는 나로서는 거액의 지출이긴 하지만 한 달 근육운동을 하면서 정말 몸이 조금씩 바뀌는 걸 경험하고 나니, 더 해보고 싶었고 아깝지 않은 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도 아침에는 수영레슨에 가서 정신없이 플립턴(끝에서 구르듯 턴을 하는 방식)을 익혔고, 오후에는 PT를 받았다. 컨디션이 좋아 보였는지 선생님이 등 운동을 할 때 평소보다 무게를 올려보자고 하셨다. 무산소 운동을 할 때는 복압을 주고 힘을 잘 참다가 순간적으로 숨을 내뱉은 뒤에 다시 짧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무거워진 무게에 짓눌린 나머지 여러 번 숨을 참고 횟수를 거듭했다. 어느 순간 머리가 핑 돌았다.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2주간 강제 휴식을 취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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