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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샤 Jul 20. 2023

지하철 경찰대

작은 것들을 위한 시 (8)

아주 깊은 땅 속

잠자는 사자의 코털 사이로

지하철 한 대가 지나갑니다.


코털을 건드리는 지하철로부터

사자를 지키는 이곳은 지하철 경찰대!


아침에 출근을 하면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여유롭게 빽빽한 지하철 안을

카메라로 들어다 보지요.


다들 무슨 배짱인지!

사자가 무섭지도 않나 봐요.


점심때가 되면

하나둘 민원이 들어옵니다.


- 저 더러운 코딱지 좀 어떻게 해봐요!

- 코를 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저는 가끔

사자가 원망스럽습니다.

남몰래 콧물을 흘릴 때도 있어요.


그래도 콧구멍을 지키는 건

저뿐이니까

나름의 사명감도 갖고 있습니다.


콧 속을 깨끗이 청소하고

허리를 숙여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입니다.


내일 또 만나요,


오늘도 모두

수고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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