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을 위한 시 (8)
아주 깊은 땅 속
잠자는 사자의 코털 사이로
지하철 한 대가 지나갑니다.
코털을 건드리는 지하철로부터
사자를 지키는 이곳은 지하철 경찰대!
아침에 출근을 하면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여유롭게 빽빽한 지하철 안을
카메라로 들어다 보지요.
다들 무슨 배짱인지!
사자가 무섭지도 않나 봐요.
점심때가 되면
하나둘 민원이 들어옵니다.
- 저 더러운 코딱지 좀 어떻게 해봐요!
- 코를 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저는 가끔
사자가 원망스럽습니다.
남몰래 콧물을 흘릴 때도 있어요.
그래도 콧구멍을 지키는 건
저뿐이니까
나름의 사명감도 갖고 있습니다.
콧 속을 깨끗이 청소하고
허리를 숙여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입니다.
내일 또 만나요,
오늘도 모두
수고 많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