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장례식 (6)
-네네, 어서 오세요! 톡딜가! 지금 막 세일 시작했습니다!
어머나, 이 제품은 무엇이죠? 도무지 예상이 안 가는데요!
-애플사의 여름 야심작! 이번 아이폰 18은 여름에 딱 맞는 기능을 선보이는데요.
제가 맞춰볼까요? 이 렌즈가 독특해 보이는데요!
-맞습니다, 바로 벌레 잡는 아이폰!
와! 여러분, 보이시나요? 이 동그란 렌즈의 테두리 부분! 단단한 스테인리스 재질로 만들어져서 가벼우면서 내구성이 좋은데요.
-바로 이 테두리가... 이 버튼을 누르면!
어머, 집게가 되었어요.
-지직... 지직....
네, 바로 이렇게 시연을 하고 있는데요. 여기 작은 날벌레가 보이시죠?
-이 카메라 플래시에는 특별한 저주파 센서가 장착되어 있어서 벌레를 빠르고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이 모기를 잡아볼게요. 잠깐 핸드폰을 저에게 줘 보시겠어요?
-지직.... 지직..... 콱!
어떤가요! 와우! 제 속이 다 시원한데요.
-여러분, 이제 다 잡은 모기를 놓칠 일은 없습니다. 바로 이 벌레 잡는 아이폰! 이거 하나면 이제 모기도 기계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잡아드립니다.
하하, 이제 모기도 기계가 잡는군요.
-지금 바로 주문 주세요! 톡딜가로 모십니다. 지금부터 단 30분간 타임딜!
탁.
남자는 핸드폰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핸드폰 속 영상을 가만히 쳐다보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냄새가 났다. 아주 익숙한 락스 냄새. 그녀는 분명 모기를 아주 싫어했다. 그때 전화가 왔다.
-영상 어때요?
그녀였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남자가 조금 짜증스럽게 말했다.
"내가 한가해 보여? 네 장난에 놀아날 만큼? 참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잠시 상대방은 침묵했다.
-...... 열심히 만들었는데. 마음에 안 들어요?
"이런 장난질을 하는 이유가 뭐지? 벌레 잡아주는 아이폰?"
-기억 안 나요? 아저씨가 좋아하는 거잖아요. 아이폰. 그리고 벌레 잡기. 그래서 항상 락스를 들고 다니는 거 아니에요?
순간 남자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 너 누구야."
-기대해요. 앞으로도 열심히 준비할게요.
전화가 끊어졌다. 남자는 잠시 멍하니 앉아있다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핸드폰 밑에 깔려 모기가 한 마리 죽어 있었다.
***
남자가 영상 제작자를 새로 구한 것은 불과 두 달 전이었다.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온 지는 넉 달 만이었다. 시차 적응할 시간도 필요했고, 몸도 예전 같지 않았다. 여기저기 자주 아팠다. 그는 전처럼 혼자서 영상 작업을 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형님, 몸 사리세요. 기레기들이 벌써 입국 사실을 알고 있어요."
유명인사가 되어버린 건 그 여자 때문이었다. 10여 년 전, 편의점에서 계시를 기다리던 신도였다. 남자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계시를 성취해 준 여자. 하지만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덕분에 망명 생활이 꽤 길어졌다.
"걱정 마. 영상 작업만 시작되면 돈줄은 바로 생길 테니까."
오랜만에 밟은 한국 땅은 이전보다 더 쉬운 기회의 땅이었다. '숏폼'이라는 것이 생겨나 있었고, 사람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매일 같이 몇 시간이고 그걸 들여다보았다. 처음에는 이미 전 세계가 김호봉교 신도가 된 게 아닌가 싶었다.
간단하지만 교묘하게.
그것이 새로운 전략이었다. 늘 마음에 쏙 드는 숏폼을 만들어 오는 영상 제작자 덕에 순조로웠다.
"근데 이게 뭐야."
그가 내뱉은 말에는 시퍼런 서슬이 서려 있었다.
낡은 텔레비전 앞에 번쩍이는 시사다큐 프로그램 속에는 그가 만든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진행자는 차분히 영상 앞에 서서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여기를 봐주십시오. 영상을 이렇게 끊어서 본다면, "
그는 영상 속 쇼호스트가 강세를 주어 말한 부분을 끊어 재생했다.
"도, 와, 줘."
쇼호스트는 영문도 모른 채 신이 나서 아이폰을 팔아댔다. 영업 비밀은 세상에 까발려졌는데도.
"도와줘라는 비밀 메시지를 담은 영상입니다. 해당 영상은 SNS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영상을 올린 계정이 약 10년 전 교세를 떨쳤던 사이비 김호봉교와의 연관성이 의심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 증거를 보시죠."
영상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남자의 영상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