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차가 회사 마당에 서 있다.
119 구급차도 보인다.
누군가 이동식 침대에 누워있다.
정비 반장이 시신을 발견했을 때,
천장에 매달린 몸은 축 늘어져 얌전히 흔들렸다.
얼굴은 보랏빛을 띠었고 눈 혈관은 전부 터져 있었다.
쏟아진 대소변 때문에 구역질이 났던지 혀는 뿌리까지 나왔다.
침대 시트는 이토록 처참한 시신을 하얗게 감췄지만,
옆으로 삐져나온 기계 다리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기계 다리에 핑크색 공주 스티커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이제 막 세 돌 지난 딸이 아빠 다리에 붙여 준 거다.
딸은 아빠의 로봇 다리를 보며 무섭다고 자지러지게 울었다.
아빠는 우는 딸을 달래기 위해 공주 스티커를 로봇 다리에 맘껏 붙이게 했다.
이제 공주 스티커는 죽은 사람이 김현식이라는 걸 알려주는 인식표가 되었다.
송미선은 119 대원으로부터 남편의 수첩을 건네받았다.
수첩에는 아내에게 쓴 것 같은 글이 남아 있었다.
송미선은 이 글을 읽고 다시 오열한다.
‘작동 아니면 고장.
임플란트 후, 나는 하루를 이렇게 평가해. 작동과 고장 사이에서 나는 무엇을 잃었을까.
기계손과 사람 손이 제일 다른 게 뭔지 알아?
기계손은 아무 말도 못 한다는 거야.
원래 내 손은 사랑해, 고마워 이런 말을 곧잘 했는데.
차마 입으로 할 수 없었던 사람의 말.
손이 있다고 해야 할까, 없다고 해야 할까?
없는 손이 간지럽고, 꿈틀거리는 게 가끔 느껴져.
손을 움직이려는 내 의지와 손가락 반응이 살짝살짝 어긋나.
남의 손을 빌려 쓰는 거 같아.
없는 손가락의 감각과 있는 기계손의 이물감 사이 어디쯤, 내가 있긴 한 걸까?
미선이와 소연이는 여전히 날,
나로 알고 사랑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