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이혼을 요구했을 때,
배기각의 인간 뇌는 당황하고 슬펐다.
반면, 나노 송과선은 비웃다가 곧 심각해졌다.
유력한 국회의원이 된 것은 물론,
이제 차기 대통령으로까지 거론되는 배기각 아닌가.
배달노동자에서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온 인간 승리의 화신이 이혼을 당한다?
그것도 나노 송과선 수술을 끝내 거부한 인간 말종 아내에게?
이건 정말 세상에 나와선 안 될 구질구질한 레퍼토리 아닌가!
나노 송과선은 로봇 팔에 골프채를 잡으라고 명령했다.
인간 뇌는 깜짝 놀랐지만,
설마 아내를 죽일 생각은 아니겠지 가볍게 넘겼다.
눈 깜짝할 사이,
로봇 팔은 아내의 머리로 골프채를 휘둘렀다.
배기각의 팔은 그의 의지 밖에 있었다.
아내는 최초의 일격으로 즉사했지만,
나노 송과선은 흥분해 계속 골프채를 휘두르라고 명령했다.
나노 송과선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것처럼 보였다.
배기각의 인간 뇌는 이 광경을 묵묵히 지켜봤다.
배기각이면서 동시에 배기각이 아닌 어떤 자가 자기 아내를 죽인 현장을.
상황이 다 끝나자,
인간 뇌는 모순된 감정에 휩싸였다.
첫 번째 감정은 그토록 오랫동안 자신을 보살피고 사랑해 주었던 아내를
자신이 직접 죽였다는 죄책감과 아내에 대한 한없는 미안함이었다.
두 번째 감정은 지금껏 쌓아 올린 자신의 성공 신화가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분노였다.
인간의 뇌는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실을 똑바로 보라고 배기각을 몰아붙였다.
이미 아내는 죽었고 이것은 되돌릴 수 없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성공 신화를 계속 써 나가는 것이라고 인간의 뇌는 타일렀다.
마침내 인간의 뇌는 사건 조작을 나노 송과선에 전적으로 맡기고 자신은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