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철상은 잠시 침묵하다가 명인성을 바라보며 조용히 질문을 던졌다.
“인성 씨, 레이첼 코리는 왜 자기 생명을 버려가며 그 집을 지키려고 했을까요?
인간의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움직였다고 생각하세요?”
명인성은 처음엔 난처한 듯 눈을 깜빡이다가,
차츰 생각이 깊어졌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쩌면,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의 삶이 다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 아닐까요?
다른 사람의 삶이 무너지는 걸 보면서 자기 삶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꼈을지도 모르죠.”
하철상은 고개를 끄덕이며 명인성의 말을 따라갔다.
“그렇다면 인성 씨가 말했던,
인간이 사이좋게 지낸다는 건 결국 어떤 의미일까요?”
명인성은 잠시 고민하듯 눈을 내리깔았다.
그는 다시 하철상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인간의 존엄이란,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도 내 삶만큼 존중받아야 한다는 걸 깨닫는 데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때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타인의 존엄을 지키려 하는 거죠.
다른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는 제 말은,
결국 나와 똑같이 존엄한 사람들의 삶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네요.”
이어 명인성은 차갑고 무겁게 하철상에게 묻는다.
“그러면, 선생님.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아무 죄 없는 사람을 죽인 사람이 있다면,
우린 그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런 사람조차 존엄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