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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아! 제발 이러지 마요. + 9

이제야 인정하네요. 남편

아내와 소통부족 회복을 통해 더 나은 가정을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올바른 대화를 하면서 지내도록 노력하는데 머리가 아플 때가 있습니다. 



머리가 지끈 거릴 정도로 머리가 아픈 것 중에 하나는 자녀가 하고 싶은 것이 매우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 자녀에게 집자금사정에 대해 에둘러서 설명하며 다음에 하도록 '회유'할 때가 많습니다. 제일 많이 쓰는 단어가 '나중에'입니다. 부모의 시선에서 하지 못할 것 같은데 굳이 할 수 있다며 의욕을 앞세우는 것들도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최대한 이해가 되도록 설명해 주는데 노력하는 편인데 저는 그런 노력에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결국 먹거나, 사거나, 해보는 자녀에게 '버럭' 화를 내면서 결단을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날들에 대한 대화중이었습니다. 


아이가 네일아트를 받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끝까지 해보고 싶어 하는데 어린이 손톱이 약해서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스티커를 붙여도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직접 동네 '네일아트 숍'에 가서 문의했습니다. 숍 사장님께서는 원한다면 해줄 수는 있지만 초등 2학년에게는 권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 나이 손톱은 연약하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지 않을 수 있다고도 하시고요. 그런 대답을 아이에게 전해주고서야 조금 더 성장해서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마라탕'을 먹은 친구들이 카톡 프로필에 먹었던 단계와 사진들을 올리면서 자랑한 날입니다. 자신도 먹어보겠다고 떼를 썼습니다. 우리 아이는 매운 것을 아주 못 먹어서 '고양이 혀'라고 놀리기도 했습니다.  진라면 순한 맛의 국물 한 숟가락을 먹고 나서 우유를 반통이상 먹어야 할 정도이고요. 매우 맵고 향신료가 강하니 조금 더 커서 먹으라고 '회유'를 했습니다. 그런데도 '마라탕'을 굳이 꼭 먹겠다고 했습니다. 엄마 아빠가 허락 안고 출근했는데 외할머니를 졸라서 마라탕 0.5단계를 먹었습니다. 제대로 즐긴 것은 아니고 '나도 먹어봤다.'수준이었습니다. 그렇게 경험하고 나니까 상당히 매우며 아직 친구들처럼 신나게 즐길 음식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친구들이 입고 아이돌 스타가 입는 '크롭티'를 입겠다고 한 날도 있었습니다. 아이가 아직 체형이 통통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안 입었으면 했었습니다. '회유'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더니 오히려 엄마를 더 잘 '설득'해서 옷을 사고 말았습니다. 때마침 어디선가 '크롭티'를  물려줘서 여러 가지를 입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막상 입으니 배가 빼꼼 나와서 민망한지 바지를 추켜올려 입고요.  안에 흰 티를 받쳐 입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이 입은 fit과 다른 현실이 속상하지만 열심히 입고 다니는 걸 보았습니다. 어울리던 안 어울리던 끝내해 보고야 마는, 특히 옷, 머리, 음식, 화장품, 네일에 대한 관심은 극대화되고 책, 공부와는 점점 더 멀어지는 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 아이에 대해 대화하다가 


"여보, 저 아이를 보면 속상해요."

"왜요?"


"맨날 뭔가를 하려고 하고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기어이 하느라 시간과 돈을 다 쓰네요."

"그런데.... 기분이 묘한 건 보면 속상한데 왠지 뭔가 익숙한 느낌이기도 하네요. 허..." 


"왜요? 남편........."


"여보.... 어떻게 보면... 내 모습이랑...... 비슷한 거 같아요." 

"........................" 



"이제야 인정하네요. 남편"



그랬습니다. 세 아이 중에 둘째 딸의 행동은 제가 했던 행동들이고 제가 추구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매번 그런 행동들이 점점 익숙한 느낌인데 받아주기보다는 '가능하면' 안 그랬으면 하고 '응원'보다는 '회유'를 하느라 더 힘들었습니다. 그런 모습에 대해서 저의 모습과 닮은 것 같다고 말하니까 아내가 딱 한마디 하면서 목이 타들어갈 때 얻어 마신 사이다 한 모금처럼 얼굴이 그렇게 밝아질 수가 없었습니다. 드디어 진실이 밝혀졌다는 느낌으로요. 


"이제야 인정하네요......"



대화가 어떠셨나요?


저는 그저 웃음이 나옵니다.

평범하게 학교 공부하며 평범하게 지냈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유독 둘째 딸은 희한하게도 그런 순탄한 길은 거부합니다. 늘 새로운 것, 더 나은 방법, 친구들과 함께  뭔가를 즐기는 것을 통해 행복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자녀에 대한 대화를 할 때마다 아내와 저는 늘 의견차이가 생기곤 합니다. 저는 여차하면 화를 내면서 아이를 혼내고 다시는 하지 못하도록 또는 아예 시작도 못하도록 '저지'하기도 합니다.



아내는 이해가 안 되었을 겁니다. 남편이 매번 그렇게 사는 삶을 추구했고 학창 시절에도 은근히 그랬다는 것을 들어서 익숙한데 자녀가 그렇게 하는 것은 전혀 이해해주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느 순간 제가 느낀 것에 대해서 말했더니 '이제야 인정하네요.'라고 아내가 말했습니다. 둘째 딸이 그런 시도를 하면서 발버둥 치는 것을 잘 알 것 같은데 늘 '저지'하려고 하는 남편이 이해가 안 되어서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이제야 인정하네요."라는 말속에는 '그런 딸이 당신 닮았다는 것을 인정했다면 그런 딸을 가장 많이 이해해 주고 격려해 주면 좋겠어요."라는 의미가 담긴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혼내는 아빠 모습은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을 것입니다. 



결혼 전 대학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애들 보면서 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얘는 누굴 닮은 거야?"입니다. 두 사람의 몸과 마음과 습관까지 모두 섞어서 나오기 때문에 아이들의 모습은 두 사람이 섞여서 그대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잊지 말라고 강조했는데 늘 잊고 삽니다. 그래야 가정이 행복하다고 했는대도요. 



그 말이 생각나면서 아내가 했던 다른 말들도 또 생각났습니다. "이제야 알겠어요?" 이 말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적어야겠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지낼까요?


인정을 합니다.

아이가 또 뭔가를 도전하느라 시도하려고 부모를 설득하면  일단 듣기는 합니다. 예전에는 아예 안 들었고 여차하면 '포기'하도록 설득시키느라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단 듣고 가능한 것은 하도록 하고 가능하지 못한 것은  '나중에'라면서 시간을 늦춥니다. 기어이 하고 싶은 것은 아이가 다르게 말합니다. '내 용돈으로 할 테니 허락만 해주세요.'라고 협상요구합니다. 그렇게 용돈을 모아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고 도와주는 방법으로 바꿨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아내가 충분히 해줄 만하다고 해도 저의 생각이 앞서면서 절대 '허락'을 안 하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에 아이는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빨리 중학생이 되고 싶어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런 것을 느끼면서 아이의 모습을 통해 늘 새롭거나 신기한 것을 해보려고 발버둥 치는 저의 모습이 거울에 비친 것 같아서 창피합니다. 그런 모습을 감당해 주는 아내의 이해심과 배려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하고요. 그런 모습으로 학창 시절을 지내는 동안 먹먹한 가슴으로 감당해 주던 어머니의 모습도 떠오릅니다. 수학이 부족해서 영수학원을 보냈는데 끝나고 오는 길에 서점에 들러서 "vogue" "elle" 잡지를 사 와서 새 시즌 패션경향과 컬러를 보면서 즐거워했고요. 패션사진을 따라 그리면서 대단히 크리에이티브한 옷을 디자인하겠다고 부풀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야 인정을 하네요. 남편"을 쓰면서 느낀 소감은

글을 쓸수록 저의 부족함을 직면하기에 늘 창피합니다. 늘 쥐구멍과 비상구를 찾는 심정입니다. 글자 한 자 한 자 입력하는 키보드의 소리가 귓가를 때릴 때마다 회초리같이 들리지만 피하지 않고 해보려고 합니다.  



미안합니다. 

아이가 주변의 '모든'것에 관심을 가지고 '친구와의 관계'에 몰두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을 이해해 주는 아내가 저의 모습도 이해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미안했습니다.



찐사랑을 느꼈습니다.

제가 베푸는 사랑이 아니라 아내의 배려를 통해 느끼는 진정한 사랑을 느꼈습니다. 곁에 가야 느껴지는 저렴하고 강한 향수가 아니라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은은한 향기, 지나가고 나서도 코 밑에서 아련하게 계속 맴돌면서 떠나지 않는 은은한 향기 같은 사랑을 베풀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내는 한번 맺은 인연인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사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했습니다. 남편과 아이가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헤매고 다니느라 애쓰지만 적정선을 가져가도록 곁에서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아내의 찐사랑을 진하게 느낀 그날부터는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아내를 더 소중하게 여기면서 사랑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여전히..

깨닫고 뉘우치고 아내의 배려에 감동해서 노력 중입니다. 인내하면서 이해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쉽지 않습니다. 지금 세상의 현실과 가정 경제를 고려해서 여전히 '저지'하거나 '위험요소'를 겪지 않도록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마음이긴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꾸 '하지 마' '안 했으면...'이라고 합니다. 많이 고쳐야 함을 알기에 여전히 혼란스러운 시간이기도 합니다. 




다음 화요일은

글 중에 언급했듯이 "이제야 알겠어요? 남편"을 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도 자기 고백과 인정이 되었습니다. 다음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극도로 창피하지만 저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 제삼자가 바라본 저의 모습과 제가 느끼는 모습의 '괴리'를 좁히지 못하면서 살고 있는 저를 이제야 인정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중입니다.



덧붙이는 말:

남편이 절대로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매번 뭔가를 시도하면서 곁에 있는 아내 마음을 너무 힘들게 하니까 어느 날, 하나님께 기도했다고 합니다.


"하나님! 남편이 제 말은 듣지 않고 말해줘도 꼭 반대로만 하니까 너무 힘듭니다. 하나님! 하나님께서 제 남편을 변화시켜 주세요. 저의 히드로는 도저히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깁니다." 그렇게 기도를 시작하면서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내가 맨날 싸워서 쟁취하듯이 남편을 하나하나 바꾸는 시간보다 몇 배나 걸리기는 해도 언제부터인가 남편이 뭔가 깨달은 게 있다면서 고백하고 스스로 바꾸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스스로 자기 실수를 글로 쓰면서 공개도 하고요. 그래서, 아내는 기도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후문입니다. 팩트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생각


출처: 사진: Unsplash의 Haley Hyd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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