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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아! 제발 이러지 마요. +8

"이제야 알겠어요? 남편"

불통이라는 것은

소통( 마음과 생각을 나누는 일)이 안 되는 것을 말하는 단어입니다.


가면(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쓰는 틀, 본래 모습을 감추고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꾸미다. )


가정에서 아내와 소통이 되지 않는 남자가 밖에서는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호감 가득한 태도로 살아오고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가면라이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콘셉트를 가지고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이중적인 모습을 보면서 함께 살아온 아내의 가슴은 갈가리 찢어지고 물 없이 건빵을 매일 먹는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아내와 대화하다가 마음으로 엉엉 울었던 날의 대화를 꺼내놓겠습니다. 지극히 창피하고 얼굴이 화끈거리지만 그런 모습을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기에 공개해 봅니다.



커피 두 잔이면 아내와의 대화가 시작된다.


"여보! 내가 듣는 것을 참 못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왜요? "

"교육을 듣다 보니 상대방이 말해주는 것을 듣고 요약해 보는데 잘 안돼요. 마치 단어만 몇 단어 듣고 나머지는 흘려져서 제대로 된 정보를 취득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힘들지요?라고도 하시거라고요."

"정말 당황하면서 놀란 것은 내가 생각보다 상대방 말을 잘 듣지 못하네요. 상대방 마음은 더더욱 알아주지 못하고요."

"그런 걸 느꼈다고요? 진짜예요?"

"그랬다니까요. 사실 그런 내 모습에 많이 당황했어요. 등줄기에 순간적으로 땀이 나더라고요."


"이제야 알겠어요? 남편?"


"엥? 무슨 말이요?"

"이제야 알겠냐고요. 당신.... 잘 듣지 못해요. 남의 말을 듣고 잘 이해 못 해요. "

"열심히 말했는데 다 듣고 나서 엉뚱한 말을 하고요."

"내가 그래요? 그랬다고요?"

"그래요.. 그래서 당신과 대화할 때 늘 조심해요. 혹여 잘못 이해하고 화낼까 봐요."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당신이 못 알아들어서 엉뚱한 대답하기도 해요. 내가 적당히 수습할 때도 있어요. 내 남편이니까. 당신은 근데.... 전혀 모르더라고요." 


"아........ 그렇군요...... 쩝........"




대화가 어떠셨나요?


아내는 사이다 한잔 마신 느낌으로 몇 마디 건넵니다. 남편은 오랜만에 깨달음이 있다면서 몇 마디 건넸다가 "이제야 그걸 알았어요?"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고 그 마음을 숨기지 못하면서 안절부절못했습니다.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아내와 앉아 있는 자리가 매우 불편했습니다. 예전부터 "왜! 내가 한 말을 꼬아서 듣고 되려 화를 내고 그래요. 난 그런 말 아니란 말이에요. 억울해요."라고 늘 억울해하던 아내 말까지 생각나면서 편한 마음으로 마시던 커피잔을 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느샌가  멍한 눈으로 딴 데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이제 그걸 알았단 말이에요? 이제라도 알았다니 다행이에요. 속이 시원하네요."라는 표정으로 안도의 한숨과 함께 시선 둘 곳 없이 멍하니 있는 남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 아내를 마주하고 있으면서 예전 같으면 화를 냈을 것입니다. "아니라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날은 뭔가 이상했었나 봐요."라며 얼버무리고 화제 전환을 했을 겁니다. 그날은 그저 묵묵히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제가 그런 사람일거라도는 상상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늘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 애기를 들어주고 무리의 분위기가 즐겁게 흘러가도록 참여하는 편이었습니다.



아내에게 말을 듣고 나서 생각해 보니,

진짜로 아내가 한 말을 엉뚱하게 이해하고 화를 낸 일이 많았습니다.

무리 속에 있으면서 남의 말을 듣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기도 했고요.

생각해보면 일의 진행을 제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도록 유도하고 이끄는 편이었습니다. 반면에 다른 사람이 이끌거나 할 경우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어버버'했던 적도 많았었고요.



아내가 말하길 예전부터 그런 말을 여러번해도 전혀 안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제 그 말들을 듣고 인정하는 제모습이 놀랍다고도 했습니다.  인정하면서 안 그러도록 노력해 보겠다는 말까지 한다면서요. 



그런 놀람과 인정후 어떻게 지낼까요?


밖에서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듯이 아내 말을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들었지만 제 생각으로 걸러서 안 하거나 안 들은 것처럼 결과가 진행되기도 합니다.



그런 노력을 바라보는 아내는 "조금 다행"이라고 합니다. 아내는 그런 말도 합니다. 다른 사람은 저의 상태를 모두 알고 있는데 정작 본인만 모르고 바꿀 생각을 안 해서 안타까워했다고요.



그런 안타까운 모습으로 지내는 저의 모습을 직시하면서 더 많은 노력을 해보려고 다짐했습니다.

작은 테이블에 커피 두 잔을 놓고 가볍게 대화하다가 등줄기 땀과 후끈거리는 얼굴을 수시로 느끼면서 앉아 있는 시간이 10 시간 같았습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대화를 이어가느라 웅성웅성했는데 마치 제 주변의 모든 상황이 회오리같고 그 중앙에 혼자 앉아서 그것들을 감당하는 것처럼 어리둥절하고 몸 둘 바를 모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고작 30 분 났는데 느꼈던 충격과 무게감이 상당했습니다.






"이제야 알겠어요? 남편"을 쓰면서 느낀 소감은요.


충격 자체입니다.

남자로서 제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직면하고 인정하는 시간이 매우 힘듭니다. 몰랐다는 사실도 힘들고요. 그런 모습으로 버둥버둥 살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은 모두 알면서 이해해주고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이  당황스럽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충격이었습니다.



감사를 느낍니다.

생각해 보니 저의 그런 면을 알면서 키워주신 부모님, 결혼 이후 24시간  곁에서 함께 살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 직장 및 개인 친분 모든 분들이 그런 부족한 면을 알면서도 함께 하면서 인간적인 정을 나누고 때로는 목적을 위해 함께 열심히 일했다는 생각에 무한 감사를 느꼈습니다.



할 일이 많다.

아내의 '한마디'를 적다 보니 아내의 부족한 점을 불평하기보다 저의 부족한 점을 점점 더 많이 알게 됩니다. 부족한 점을 알고 나서는 얼른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앞서면서 할 일이 많아지고 바빠집니다. 그런 분주함이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알기에 부단한 노력을 하려고 더 다짐하게 됩니다.



아내의 "이제야 알겠어요?"라는 말이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에요. 그동안 맘이 너무 힘들었어요."라고 들립니다. 늘 그렇듯이 '인정'과 '감사'가 교차합니다.



이번에도 글을 쓰면서 엄청 창피하고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부족하면 보통 어수룩해서 인간미가 있을 텐데.. 저는 그런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고집과 가면으로 살았으니 엄청 얄미웠을 겁니다. 얼른 바꿔야지요.



다음 화요일은  "싫으면 끝까지 싫어하더라고요. " 편입니다. 여전히 글을 적다보면 참담함을 느끼면서 쥐구멍을 찾습니다. 그런 고통이 따라오지만 피하지않고 직면하면서 노력하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저의 부족함을 보면서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바람없이 연 날리는 남자Dd


출처:사진: UnsplashJacob R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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