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한국영화 중에 재밌는 영화를 보고 싶다고 조르는 날이었습니다. 한국영화 중에서 아이들과 볼만한 영화를 고르다가 몇번이나 아이들끼리 싸우기도 했습니다. 이번 영화는 감동이 있고 재미가 있는 영화입니다.
큰아들은 한국영화를 본다면 뻔한 스토리는 보고 싶지 않다고 하고요. 둘째 딸은 코미디영화이지만 감동도 있으면좋겠다고 하고요. 막내는 마구마구 신나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결정을 못했습니다.
그런 한참의 실랑이 끝에 적절한 재미와 감동을 줄만한 영화를 기어이 찾았습니다. '웰컴 투 동막골'입니다. 뻔한 영화고 아시는 영화이시겠지요? 영화의 내용을 알고 있는 부모로써는 아이들이 '남북한 상황' '전쟁상처'들에 대해서 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영화에 몰입하도록 팝콘도 준비했는데 싸우지않게 아이들마다 각자 한 통씩 준비했습니다.
아이들은 영화내내 머리에 꽃 꽂은 여주인공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머리에 꽃 꽂으면 왜 이상해?"
"정상적이지 않은 것에 집착하고 아무 일없어도 웃고 비를 피해야하는데 맞고 즐기면 미쳤다고 그래"
아이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영화 내내 들판을 뛰어다니고 꽃을 머리에 꽂고 다니는 여주인공을 보면서 '재밌네. 항상 즐거워하고'라면서 큰 문제없어보인다고 했습니다. 비 오는 날 젖은 버선을 벗어서 북한군의 얼굴을 닦아주는 것을 보면서 ' 아! 쪼끔 이상하긴 하네.'라며 황당해하면서 웃었습니다. 영화 속 재밌는 캐릭터라고 인식해서인지 그저 웃으면서 봤습니다.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이어지면서 아이들은 진지해졌습니다. 마을로 떨어질 폭격계획을 알고 그 폭격을 따돌릴 계획을 세우면서 목숨을 거는 그들을 보면서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아니... 그냥 도망가지.. 왜 마을을 위해 자기들이 죽을 각오로 눈밭에서 총을 쏘냐?"
"바보야! 마을사람들이 그동안 아껴줘서 회복한 것이 너무 고마워서 저러는 거지!"
"사랑받은 만큼 갚으려는 거지."
"그래도. 자기가 죽잖아....."
"..................."
삼 남매의 대화는 거기서 끝이 났습니다. 왜냐면 극적으로 슬픈 장면이 이어져서 더 이상 '왜 자기가 죽으면서까지 저러는지? 뭘 갚으려는지? '따질 시간이 없었습니다. '훌쩍'거리면서 휴지로 눈물, 콧물을 닦는 손길이 점점 더 바빠졌습니다. 부모인 우리도 말없이 주르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봤습니다.
아이들이 그런 화두를 가지고 말을 주고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광경이고요. 부모가 본 영화를 아이들과 보다 보면 늘 새롭고 재밌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기획된 영화 스토리, 내포된 메시지와는 별개로 아이들만의 감수성에 의해 새로운 메세지가 발견됩니다. 그 새로운 메시지를 가지고 대화하다 보면 생각지못한 깨달음과 재미를 맛보게 됩니다. 엔딩크레딧이 무심히 올라가다가 영화의 이면스토리, NG장면을 보게되면서 영화의 '여흥'을 즐기게되는 깜짝선물처럼 느껴집니다. 색다른 재미말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아이들은 사랑받은 만큼 갚는 것의 참의미를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애써서 싸우지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자고 가르치는 부모 훈육과 별개로 아이들은 이미 사랑이 무언지 알고 사랑을 받은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야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느끼면서 문득 제가 아둥바둥거리며 '세상에 대해 알려주겠다고' 왜 애쓰는지 의아해졌습니다. 이미 알고 있고 저보다 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아이들은 제가 키우는 아이들이 아니라 이 세상에 적응하도록 돕기만 하면 되는 '천사'들로 보였습니다.
이 영화의 포스토를 보고선 아이들이 '재밌겠다.'라며 선택했었고요. 포스터 한번 보시지요.
덩달아 느낀 저의 깨달음 내가 키우는 아이들이 아니라 세상에 적응하는 천사들을 돕고 있는 중이다. -웰컴 투 동막골
이 영화를 보면서 전쟁, 평화를 위한 연합, 회복, 최선의 선택을 위한 결단, 남북한 현실 등의 영화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스토리보다는 아이들이 영화를 통해 느낀 '사랑받은 만큼 갚는다.'라는 메시지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부모가 알던 영화속에서 아이들 시각에서 새로운 메세지를 뽑아내는 그 느낌이 참 즐겁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영화중간에 옥신각신하는 대화내용이 너무 재밌었습니다. 수류탄을 잘못 던져서 창고가 폭발하고 그 폭발 때문에 옥수수가 전부 팝콘이 되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보면서 아이들은 싸웠습니다.
"으이고. 왜 거기다가 던져서 저장해놓은 옥수수가 다 날아가게 만드냐?!!"
"뭐 어때! 팝콘 돼서 전부 재밌게 실컷 즐겼는데.. 그러면 된 거 지모. 옥수수야 다시 심으면 되고."
아이들다운 발상과 대화여서 듣는순간 너무 재밌었습니다. 아이들 한마디를 들으면서 느낀 것은 아직까지는 삼 남매가 사랑이라는 것은 서로 돕고 나누는 것이며, 도움을 받으면 보답도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아직까지 커가고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게 생각되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제가 한마디 덧붙여주기도 했습니다. '받은만큼 되갚는 것도 좋아. 그렇지만 받은만큼 또다른 사람들에게 베풀어주는 것도 참 좋아. 그런걸 플로잉이라고 하고 말이야! '
'웰컴 투 동막골'은 그런 의미와 감동을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부모가 알던 영화도 아이들이 찾아낸 메세지덕분에 늘 새로운 장르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서 매번 아이들의 마음을 알 수 있고, 알던 영화도 새롭게 보여서 더 재밌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번 영화를 마무리해봅니다. 다음 영화도 어떤 색다른 재미를 느낄 것인가? 기대감도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