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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그래서 그랬어요. +8

아니요.

결혼기념일날 아이들이 베풀어준 부모에 대한 '마음 씀씀이'에 대해 적었던 적이 있습니다.
마지막 깨알 에필로그에서 '아이들 손길에 대한 감동'을 적은 것이었습니다.


https://brunch.co.kr/@david2morrow/886


마지막 깨알 에필로그에서 '아이들 손길에 대한 감동'을 적은 것이었습니다.


특별히 둘째 딸이 케이크를 손수 만들어줬습니다. 빵을 사고 생크림을 수만 번의 쉐이킹을 통해 만들어서 데코레이션 했고요. 케이크 맨 위에는 자기 나름대로 상큼하고 정말 축하해 준다는 느낌이 들도록 민트색으로 레터링으로 '몇 주년~'이라면서 적어줬습니다.



손바닥만 한 케이크 2개를 만들어서 줬는데 우리가 장난으로 말한 결혼기념일 기념 횟수를 잘못 알아들어서 숫자를 잘못 썼다면서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그러면서 '말로 수정'하는 둘째 딸이 엄청 사랑스러웠습니다. 정말 깜짝 놀라면서 딸의 정성에 감동했었습니다. 초등 5학년이 케이크를 두 개 만들어줬으니까요.



진짜 감동해서 "고맙다. 감동했다ㅡ 대단해."라는 말로 칭찬과 감사를 거듭 표현했습니다. 아들 둘 형제로 평생을 살다가 결혼해서 아들 1 딸 2와 살다 보니 아들로서 살아온 저의 부족함과 절대 이해하지 못했던 여자의 마음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필요한 말이나 표현을 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둘째 딸에게 '감동과 감사'를 진심으로 표현해 줬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어서 한 마디만 물었습니다.



"너는 무럭무럭 잘 크고 잘하는 게 많아지네.

 좋아! 잘 되어가고 있어!! 덩달아서 아빠도 많이 달라지지 않았니? "



"아빠요? 아니요.."


아니요.



둘째 딸의 단답형 답을 듣고 나서 진짜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었습니다.


"으응...."


그런데, 둘째 딸의 그 말이 단순히 'no'가 아니라는 것을 잠깐 멍하게 있으면서 그 말에 포함된 아이의 생각까지 번역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요.- 예전보다는 나은데 아직은 무서워요.  


아이의 말을 들으면서 예전에 해 준 말이 함께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속마음을 함께 알아차린 것입니다. "이제는 무섭게 혼나지 않아서 좋긴 한데.... 갑자기 아빠가 화를 내며 예전처럼 혼낼까 봐 불안해요."라는 것이었습니다. 무섭지는 않지만 여전히 마음속에 '불안감'이 아직은 남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속뜻을 헤아리고 나서 후회했습니다. 처음에는 '잘하고 있다고 아이에게 인정'받지 못해서 힘이 빠졌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아이들 마음속에는 아빠가 엄하고 무섭게 혼내고 혼낸 것에 대한 상처가 너무 크다 보니 상처가 아물거나 마음이 회복되려면 몇 배의 시간이 걸린다는 걸 또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애초에 그렇게 물어볼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결혼기념일과 둘째 딸 추가 에피소드입니다.



"아빠. 축하해요. 토스 확인해 보세요. 선물 보냈어요"

아이의 카톡에 이어 잠시 후 토스알림이 떴습니다.

"오천 원 입금"


금액을 보고 빵 터졌습니다. 둘째 딸에게는 그 어떤 돈보다 큰 금액입니다. 다이소에 가면 원하는걸 뭐든지 살 수 있는 돈을 아빠에게 '결혼기념일 축하금'이라면서 '송금'한 것입니다.



처가 어른들이 큰아들에게 생일 축하한다면서 용돈을 주셨습니다. 아들은 거기서 이만 원을 떼서 우리 부부 저녁식사하시라고 제안한 것을 듣고는 둘째 달이 질 수 없다고 저의 토스계정을 알아내서 입금을 한 것입니다.



카톡의 단어마다 둘째 딸의 마음이 물씬 묻어나서 더 예뻤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줬는데 아이들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아빠라는 존재'자체를 인정하고 늘 엄마와 함께 사랑을 나눠주려는 마음씀씀이를 느끼면서 늘 감동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감동'의 종류가 깊이가 엄청 달라져가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느끼면서 저도 얼른 빨리 더 많이 변화되어야겠다고 다짐도 합니다.



아이들 말을 번역하다 보니 이제는 직독직해도 됩니다. 예전처럼 한동안 곱씹어보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오역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아이들 말을 통해 맘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한 순간들입니다.



오늘도 저의 이런 글들을 읽어주셔서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 Jakayla Toney


큰사람(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 Jakayla T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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