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려서 아프고요. 어린 나이에 안경을 끼는 것이 마음이 아파서 드림렌즈를 사용 중인데 갑자기 눈이 너무 아프다고 해서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그런 아이의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픈 날이었습니다. 제가 아픈 것은 통증이라도 참을 수 있는데 삼 남매 중 한 명이 아프면 아프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찢어집니다. 바쁜 와중에 아픈 막내딸 데리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병원을 급하게 다닌 아내를 생각하니 집밥도 뭐도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상황이 마음 저린 저녁이었습니다.
아픈 막내딸이나 그걸 지켜보는 큰아들, 둘째 딸도 힘들어할 거 같아서 밖에서 밥 먹자고 제안했습니다. 밥을 먹고 집으로 걸어서 가기 시작하는데 막내딸이 말했습니다.
"손 잡아 줘요"
그 말을 듣고 '응'이라고 대답하면서 손을 잡아줬습니다. 아름다운 것 같지만 사실.. 많이 잘못된 행동입니다. 아파서 오후 내내 병원을 여기저기 다닌 막내딸을 안고 다니거나 업고 다녀도 시원찮은데요. 손 잡아달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손을 잡아줬으니 스스로 아주 틀린 행동이라고 반성합니다.
"아! 좋다. 아빠 손~!! 나 아빠 손 잡았다."
"왼손으로 잡아줘요. 아빠."
"안돼. 왼손은 국밥 국물 묻어서.."
손을 잡아줬는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감기 탓인지 막내딸 손이 얼음덩어리였습니다. 따뜻한 제 손으로 얼른 녹여주고 싶어서 막내딸 손을 더 꼭 잡았습니다.
"아빠는 내 자기야!!"
"어이구~"
막내딸이 한 말에 마음이 뭉클하면서 코끝이 찡했습니다. 잡은 손을 더 꾹 잡아주면서 '그래'라고 했습니다. 아내가 농담으로 "얘!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라고 했습니다.
아빠는 내 자기야. - 나 아빠한테 사랑받고 있는 것 같아서 참 좋다.
이런 뜻으로 막내딸이 한 말입니다. 그 말을 듣고 조금은 막내딸의 속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다행입니다.
제가 감성적이면서 섬세하다는 것은 완벽한 착각이었습니다. 살면서 내가 싫은 것에 대한 예민함을 감성적인 것으로 착각했고요. 현실 속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것을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수성 있다고 착각했다 싶었습니다.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진심으로 사랑하기 위해서 가져야 할 진짜 섬세함은 거의 제로 수준이었습니다. 아내와 이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고 엉뚱한 배려만 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늘 사랑한다면서 아빠에게 '사랑하자!' '사랑해 줘요!'라면서 말하고 엉겨 붙는 막내딸의 존재자체가 감사하고 고마운 날이었습니다.
막내딸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정말! 많이! 반성했습니다.
말미에 언급한 대로 가족,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센스(안테나)는 망가져있었습니다. 저희 집의 막내딸은 늘 혼납니다. 모든 일에 늘 후순위로 밀립니다. 보통 둘째 딸이 중간에서 피해를 당하며 상처받고 크다 보니 성인이 되어도 상처가 쉽게 지워지지 않아서 뒤늦게 심각한 심리적 문제들도 발생한다는 것을 자주 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큰아들다음으로 둘째 딸에게 맞춰줄 때가 많습니다. 우리 집 막내는 금지옥엽이 아니라 진짜 마지막 막차입니다. 그런 막내딸이 여전히 제게 SOS를 날리면서 '사랑해요. 아빠' '안아줘요.'라면서 알려줍니다. 저처럼 우둔한 아빠를 앞에 두고 등을 돌리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손 내밀어주는것이 감사했습니다.
또 반성했습니다.
막내딸은 왼손잡이라서 잡아달라는 손이 늘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국밥 국물이 묻었다면서 아빠의 생각에서 가능한 것만 요구하도록 제가 단칼에 거절한 것이 미안했습니다. 막내딸이 원하는 것을 안다면, ' 응. 국물 묻었는데 얼른 닦고 잡아줄게'라고 해야 하는 건데 말입니다. '왜 그런 말을 하면서 단칼에....'라고 후회하면 반성을 또 했습니다.
아이가 아플 때마다 아이에 대한 사랑을 리마인더 합니다.
다행입니다. 아이의 잘못이나 실수를 혼내기도 하기만 하는 아빠실수를 계속하는데도 아이가 아플 때면 '아차!! 뭐가 우선순위인지 잊고 살고 있었네.'라면서 진짜 중요한 것을 되새기게 됩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아들과 딸들을 무조건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이해하고, 받아주는 온유한 아빠여야 함을 종종 잊고 삽니다. 그것을 다시 되새기는 센스는 살아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자주 아프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렇게 '손 잡아줘요!'를 통해 느낀 것을 마음에 새기고 지내려고 합니다. 아직도 제 감정에 따라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이'같은 모습을 더 빨리 지우기 위해 두 주먹 꽉 쥐고 혼자서 '다짐'도 했습니다. 아이들 말을 번역하다 보니 정말 신기하게도 엄청나게 잘못 이해하고 살고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며 그런 상황을 곁에서 지켜보는 아내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숙연한 마음으로 글을 적었습니다.
읽으시다 보면 매끄럽지 못하고 서툴지만 그 안에 저의 부족한 모습을 솔직히 드러내고 고차는 중입니다. 이런 글을 읽으시고 그래도 격려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