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회복'을 위해 노력하다 보니 저녁을 온 가족이 함께 먹는 것이 제 일상 중의 최고로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빠른 퇴근을 지향한 덕분에 수입이 적어서 아내는 힘들어합니다. 예전 연봉이 좋았을 때는 아이들과 함께 아내가 챙겨준 저녁식사를 먹으면서 '이 맛'에 하루를 보낸다며 잠잘 때마다 흐뭇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월말마다 적은 수입으로 결제와 신용불량의 부담감에 심장쇼크를 느끼는 아내를 보면서 '무엇이 중헌데?'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을 감사로 여기면서 감상에 젖어 있을 즈음,
딸들끼리 싸우거나 딸과 아들이 싸우면서 감상과 감사는 금세 사라집니다. 대신 온갖 감정이 치솟으면서 금세 아이들을 호되게 혼냅니다. 아내가 하는 것처럼 혼내지 않고 참아가면서 잘 타이르고 설명해 주면 되는데 저는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아이들이 괘씸하다면서 더 감정을 실어서 아이들을 엄하게 혼냈습니다.
그런 상황이 끝나고 나면 딸 둘은 자기 방으로, 큰아들도 자기 방에 들어가면서 모든 상황이 마무리됩니다. 집안이 조용해집니다. 평화가 아니라 적적한 냉기가 흐르다가 금세 밤이 됩니다. 자야 할 시간이지요.
매일 잠잘 시간이 되면 아내와 큰아들방, 딸 둘 방을 돌면서 '잘 자라고~'인사를 해주는데 그 상황마다 저는 아내와 다르게 매일 해주던 '굿 나이트 인사'를 해주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화를 내며 혼내던 제 감정이 사그라들지 않으면 '굿 나이트 인사'를 해주러 가지 않습니다. 소중하게 여기는 저녁식사시간도 망쳤는데 마음 편히 자야 할 아이들 밤시간도 망친 것 같아서 먹먹한 마음에 방에 앉아 있는 것입니다. 그때, 귓가에 들리는 말이 있었습니다.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 사랑해요. 내일 봐요!!
"말 같은 소리 말아라! 그렇게 싸우고 혼내고 이러다가 자는데 무슨!! 사랑!""무슨 말이냐! 그게! 영혼 없는 말로 그러지 좀 말아라! 이그!"
막내딸의 굿 나이트인사를 비수가 담긴 말로 찍어버린 것입니다. 막내딸은 아까 혼난 것을 싹 잊고 '굿 나이트'인사를 한 것인데,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아빠는 아이들의 '아름답고 큰 사랑'을 받아주지 못하는 '작고 작은 간장종지'였습니다. 그런 말을 하고 결국 잠자는 시간도 또 망친 저는 잠자려고 누우면서도 괘씸하다면서 씩씩거릴 때가 많았습니다. 어느 날인가 그 인사의 뜻을 알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은 상황이 끝나면 바로 잊어버리고 다음 행동을 하는데 어른인 제가 못 따라가고 있는 것입니다. 아내가 제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왜 그리 아이들을 이해 못 해요. 아이들은 금방 잊어요. 당신도 좀 그렇게 해주면 좋겠어요. 그러면 우리 가정이 평화로울 텐데...."
그런 일이 백번 이상 반복되면서 막내딸이 하는 '굿 나이트 삼종세트'-'아빠. 안녕히 주무세요. 사랑해요. 내일 봐요. '를 들을 때면 제 감정을 다스리면서 "그래~"라고 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옵니다. 그렇게 아이의 순수한 '굿 나이트'를 들으면서 '어른'이 되어 갑니다.
성숙한 어른이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이 아니라, 늘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제야 성숙'해지는 저를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다행입니다. 천만다행!
저녁에 함께 식사를 하고 밤에 아이들 방을 돌면서 '굿 나이트'인사를 해주는 것이 '큰 감사'인 것입니다. 그 '감사'를 제대로 '보답'못하는 아빠라고 스스로 인증한 셈입니다.
막내딸의 '굿 나이트 삼종세트'를 듣고 나서 그 의미를 제대로 된 번역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언니에게 대들고 욕을 해서 막내딸을 심하게 혼냈더니 억울하다고 엉엉 울다가 방에 들어간 날이었습니다. 언니에게 매일 들이대고 친구에게 하듯이 욕하고 반말하면서 싸우는 막내딸을 계속 혼내는 그 자체가 마음이 불편해서 '굿 나이트'인사를 해주러 딸들 방에 들어갔습니다. 아내는 한결같이 밤에 아이들에게 뽀뽀해 주고 안아주러 방에 들어갑니다. 아내를 보면서 저는 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여전히 '괘씸한 녀석들! 내가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데...'라면서 '굿 나이트 인사'해주러 방에 들어가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서
"아빠! 아빠도 잘 자요! 사랑해요! 내일 봐요!"
라는 막내딸 인사에 저는 멍해졌습니다. 늘 그렇듯이 혼나고 혼내는 상황이 있었더라도 잊고 아빠에게 '굿 나이트'인사하는 막내딸보다도 못한 '어른이'인 저를 또 직면하였기 때문입니다. 그 인사를 듣고 저는 딸들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누워있는 막내딸을 안아줬더니 저를 꼭 안아줍니다. 그러면서 제 등을 작은 손으로 톡톡 두드려 줍니다. 그러면서 "사랑해요. 아빠!"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뭉클하면서 울컥했습니다. 막내딸이 늘 하는 '굿나이트 삼종세트'는 진심이었습니다.진심의 사랑. 막내딸 말을 듣고 나서 제 능력으로 번역한 것이 아니라, 인사해 준 막내딸이 알아듣도록 번역해 준 것입니다.
몸이 조그만 막내딸의 마음은 태평양인데 딸보다 두 배나 큰 아빠의 마음은 쉴 새 없이 흔들거리는 조각배였습니다. 아이들의 순수함을 저의 순수하지 못한 마음이 받아주지 것이 문제였지요.
천만다행입니다. 막내딸 덕분에 또 '진심의 사랑'을 느끼는 밤이었고 아이들 말 번역에 또 성공한 날입니다. 저는 이런 아이들과 사느라 안 바뀔 수가 없습니다. 그저 감사하며 살아야 합니다.
오늘도 아이들 말을 번역하면서 진심이 담긴 아이들말에 의해서 감동받고 '바뀌려고 안간힘 쓰는 아빠'의 몸부림을 공개했습니다. 부끄럽지 않고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을 사랑하고 함께 행복하게 지내는 가정을 위해 노력하게 되고 있어서 나름대로 흐뭇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