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햇빛은 뜨겁고 여전히 덥지만 요 며칠 하늘을 보며 햇살을 보며 가을이 다가옴을 체감했다. 9월이 시작되는 오늘 마음이 참으로 설렌다. 9월은 여전히 여름인 것 같지만 가을이 다가온다는 희망을 품게 되는 달이다. 나에게 무엇을 시작하게 하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달이 있는데 3월과 9월이 그렇다. 봄이 곧 시작됨을, 가을이 곧 시작됨을 예고하는 달이고, 계절의 변화를 온도가 아닌 바람, 자연 냄새, 햇살이 변했음을 체감하는 달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나 자신도 미리 마음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나 자신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다짐이 든다.
독일은 새로운 학기가 한국처럼 3월이 아닌 10월에 시작한다. 8월까지는 해도 늦게 지니 신나게 뜨거운 여름을 즐긴다. 9월이 돼도 독일의 대학교는 여전히 방학이다. 그럼에도 거리의 분위기가 9월이 시작되면 달라짐을 느낀다. 날씨도 낮에는 여전히 뜨겁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갑자기 쌀쌀해진다. 여름의 들뜬 분위기가 조금씩 가라앉는 듯하다. 대학교의 도서관에도 학생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뮌헨에서 학교에 다녔을 때 9월의 나도 그랬다. 여름이 끝나감을 아쉬워하며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새로운 학기를 준비하며, 나의 미래를 계획하며, 나의 할 일들을 체크했다.
독일 직장에서도 9월의 분위기는 달랐다. 여름에는 동료들이 휴가로 인해 돌아가며 자리를 비웠다. 휴가에서 일찍 돌아온 동료들도 약속이 있는 듯 퇴근을 일찍 하고, 회사에서의 업무도 조금은 느슨해졌다. 9월이 시작되면 동료들이 휴가에서 하나둘씩 돌아오며 빈자리를 채웠다. 점심시간에는 휴가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지나가는 여름의 아쉬움을 달랬다. 회사에서의 일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다들 휴가에서 돌아와 밀린 일들을 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시작되는 달이기도 했다.
작년 8월 말에 한국에 귀국 후 정신없이 9월을 보냈다. 집을 찾고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고 모든 환경이 변한채 9월을 맞이했다. 1년이 지난 지금 9월을 제대로 맞이하게 됐다. 한국의 여름이 너무 길고 힘들었나 보다. 9월이 온 게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지금도 여전히 덥지만 이번주 하늘을 보며 한국의 가을을 기억하게 되었다. '맞아, 한국의 가을은 정말 예뻤었지' 라며 지쳐있던 내 마음이 조금은 설렜다. 이제 나도 뭔가를 결심하고 새롭게 시작해야지 라는 생각이 든다. 9월이면 윤종신의 '9월'이라는 노래를 나도 모르게 꼭 찾아 듣게 된다. 그 곡에는 '아직도 나를 늘 설레게 하는 9월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나도 여전히 9월이 설레는 것을 보니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안심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