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충분하다(4)-2합 1/2

by 향다월



"형이 말한 단점들은 나도 동의해. 근데 나는 거기서 근본적인 의문과 우려를 표하고 있는 거야. 형이 말한 대로, 그런 대화 방식은 분명 유려하지 못해. 우리 동아리 사람들 정도 되니까 그나마 들어준 거지, 일반적인 과 사람들이었으면 다음 약속에서 나를 안 불렀을 거야. 하지만, 비일상적인 대화 방법론을 내가 가끔 쓰는 건, 그래야만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야. 통념적으로 바람직한 방법만 쓰는 게 난 좋은 건지 잘 모르겠어. 다른 집단에서는 기피해야 하는 일을, 여기서 모두가 불편함을 감수함으로써 얻는 사유가 있어.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내 말만 하는 건 절대 아니란 말이야. 그리고, 그 불편함이 합의만 되어 있다면, 조금 늦은 반론을 도전해 봐도 되는 거 아니야? 내가 명확하게 그런 합의를 받은 건 아니지만, 우리 동아리에서 계속 활동하고, 진지한 대화에 계속 참여했다는 거 자체가 일종의 합의라고 생각해. 그리고 정말 서운한 점이, 형도 그렇게 생각하는 쪽일 게 분명해. 다른 사람들이 내 가치를 너무 절하하는 것 같아. 내 진지한 대화 방식이 별로일 수는 있지만,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어떤 발상을 보여줄지 기대해 볼 수 있는 거고, 그러면 내 말을 끝까지 진득이 들어줄 수 있는 거 아니야? 나는 형을 포함한 여러 동아리 사람들이 내 가능성을 속단한 거라고 생각해. 나도 고칠 부분이 있겠지만, 불합리하다는 생각은 불식할 수가 없어.


그리고 형 생각처럼 내가 순리를 거스르는 욕망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 나는 상대의 정보와 감정을 최대한 알고 싶어 하고,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러면 내가 상대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늘 거고, 상대에게서 내가 지적, 관계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도 더 늘어날 거야. 이런 내가 나쁜 거야? 나는 노력하고 있을 뿐인데, 형은 나를 세상 물정 모르는 헛똑똑이가 그릇된 욕망을 가졌다고 생각하잖아. 형도 문제가 있어 분명. 형은 형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형은 냉소적이야. 상대를 더 알아갈 기회와 노력에 제한을 두면서 할 건 다 했다고 확신하잖아. 형은 타인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해. 잘 포장해 봤자 형의 그런 관점은 닫혀 있는 거야. 나는 최대한 많은 종류의 정보를 상대에게서 추출하려고 노력하고, 그걸 나중에 알게 된 상대의 실재 모습과 비교하면서 끊임없이 이론을 재정비하고 있어. 신입부원 모집에 대해 다른 사람들 의견을 모았던 거도 내가 모르는 방법론과 정보의 갈래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랬던 거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