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험을 하면 때때로 새로운 나를, 우리를 만나게 되더라
성대한 결혼식의 주인공이라는 그의 꿈은 이제 우리의 것이 되었습니다.
바쁜 그를 대신하여 그녀가 결혼 준비의 PM이 되었지요.
아주 감사하게도 그의 로망은 명확한 기준이 있었어요.
덕분에 결혼식의 가장 첫 단계, 결혼식장 선정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1) 식 간격이 최소 두 시간 이상
그는 하객들이 시간에 쫓기듯 식사하는 것이 너무너무 싫다 말했어요.
그녀도 적극 동의했고요.
귀중한 시간을 내어 결혼식에 와주시는 분들이 편히 식사를 할 수 있어야죠.
2) 단독홀
그는 해당 시간에는 오롯이 신랑신부가 주인공일 수 있는 곳을 원했어요.
그녀는 그의 진심을 들었기에 이 부분에도 적극 동의했습니다.
3) 강남 쪽에서 400명 이상의 하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곳
그와 그녀 모두 집안의 첫 결혼, 즉 개혼이었기에 하객의 수는 현실적인 조건이었어요.
그녀의 고집대로 간소한 결혼식을 택했다면 들어가지 않았을 조건이지만 우리는 성대한 결혼식을 선택했으니까요!
강남쪽이었으면 하는 건 신랑의 회사가 경기도에 있었기에, 동료들이 오기에 어렵지 않을 위치로 정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선택한 위치였습니다.
이 세 가지 조건을 필터로 넣고 결혼식장을 찾았더니 후보지가 몇 군데 되지 않더라고요.
해당되는 세 군데를 하루에 모두 돌아볼 수 있었어요.
처음으로 간 식장이 우리의 마음에 쏙 들었고 나머지 두 군데를 보고도 마음에 남아 바로 계약했지요.
결정하는 과정도 참 우리답다 생각했어요.
세 가지 정도의 선택지, 결정은 늘 처음에 본 걸로!
우리답게 한 결정이라 좋았습니다.
덕분에 결혼 준비의 시작을 기분 좋게 했지요.
플래너님이 그녀의 고등학교, 대학교 선배라는 점도 즐겁게 결혼 준비를 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었어요.
어릴 적부터 그녀를 알아온 분이었기에 언니의 추천을 믿고 선택지를 확 줄일 수 있었지요.
사실 결혼에 로망이 없었던 그녀였기에 어떤 기준으로 결정해야 할지가 막막했거든요.
결혼식장과 같이 그의 기준이 명확한 부분이라면 그것을 기반으로 판단해 보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소위 스드메(스튜디오촬영/드레스/메이크업) 같은 부분은 무엇이 기준이 되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어떤 친구는 가성비를 기준으로, 다른 친구는 유니크함을 기준으로 정하고, 또 다른 친구는 원하는 브랜드와 샵, 메이크업 실장님이 이미 딱 정해져 있었어요.
어떤 기준이 내게 중요한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수많은 선택지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막막했지요.
살짝 스트레스받고 잠깐 헤매는 기간을 거치며 함께 기준을 정했어요.
첫 번째, 우리의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부드럽고 싱그러운 느낌)
두 번째, 추가 금액이 없는 (애초에 금액대가 조금 높더라도 추가금액이 붙으면 기분이 좋지 않아!)
세 번째, 플래너님의 평가가 좋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추천해 주는 곳으로!)
기준을 정하고 나니 'A가 여긴 좀 비싼 곳이랬는데..' 'B가 여긴 드레스가 비즈 쪽은 많이 없는 것 같댔는데..' 하는 다른 친구들의 기준으로 바라보며 불안하던 생각들이 사라졌어요.
가성비도, 유니크함도, 특정 브랜드도 우리가 원하는 기준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때부터 결혼 준비 과정이 더 즐거워졌습니다.
친구들이 정말 즐거울 거라고 이야기해 줬던 드레스투어는 예상보다 더 즐거웠어요.
불편할 거라고만 생각했던 드레스가 그녀에겐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더라고요?!
'나.. 전생에 공주님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드레스 입은 자신의 모습이 맘에 쏙 들었어요.
글을 쓰면서 이런 표현을 하는 게 민망하고 웃기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최상 버전을 보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특히 스튜디오 촬영을 하는 날엔 그녀는 거의 날아다녔어요.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준비해 주는 과정이라니'
화창한 날씨마저 그와 그녀를 위해 준비된 것 같았지요.
네, 그녀는 타고난 관종이었어요.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그녀에게 집중하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본인 마음에 쏙 드는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었지요.
우리는 스튜디오 촬영뿐 아니라 야외 스냅사진도 찍었어요.
전 직장 동료였던 작가님께 부탁해 우리의 결혼식이 이루어질 한강에서 캐주얼한 복장으로 촬영을 했습니다.
그와 함께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사진을 찍으며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그보다 더 많이, 더 자주 '행복하다' 이야기했어요.
함께 하는 모든 과정이 진심으로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정말 모든 과정을 음미했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그녀는 스스로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평소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기에 메이크업을 받으면 답답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메이크업을 받는 과정과 받고 나서의 모습 모두 너무 마음에 들어 기뻐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신기했지요.
왜 신부만 불편한 드레스를 입어야 하냐면서 본인도 슈트를 입겠다 이야기했던 이전의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진 듯, 드레스를 입은 스스로를 너무 사랑스러워하는 것도 참 생소하면서도 웃겼고요.
새로운 경험 덕분에 그의 새로운 모습도 만날 수 있었지요.
뚝딱거릴 거라는 그녀의 예상과 달리 그는 촬영 현장에서 굉장히 자연스러웠어요.
사진작가님을 빵 터트릴 정도로 재치 있는 행동들을 해 촬영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기도 했고요.
결혼식에서 비용을 추가하더라도 꼭 하객들에게 꽃을 나눠주고 싶다는 의외의 모습도 발견했다니까요 :)
그리고 함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배우기도 했어요.
왜 '혼주'라는 말이 따로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지요.
준비하다 보니 결혼은 신랑신부 두 사람만의 축제가 아니었습니다.
두 집안이 가족이 되는 집안의 축제였다는 걸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우며 시각을 새롭게 확장하기도 했어요.
마치 결혼 준비가 체질인 듯 그렇게나 즐겁게, 그렇게나 행복하게 함께 해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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