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로망 있는 남자, 결혼식에 큰 뜻 없는 여자
결혼식을 대하는 그와 그녀의 첫 마음
함께 산지 6개월 만에 우리의 결혼은 기정사실이 되었어요.
좋게 말하면 매우 주도적인, 나쁘게 말하면 멋대로 하는 자식들인 우리는 결혼식 날짜도 우리끼리 먼저 논의하고 양가에 어떤지 의견을 들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양가 부모님들 모두 그 날짜가 좋다고 해주신 덕분에 우리가 정한 날짜에 결혼식이 픽스되었지요.
파워 J인 그녀는 바로 학교 선배 중 웨딩플래너인 언니에게 연락을 했고, 그 주 주말 우리는 바로 언니의 사무실로 가서 결혼 준비의 순서를 안내받았습니다.
주변에서 준비할 게 많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지만 예상보다 더 결혼은 준비할 것들이 많았어요.
그녀의 머릿속에서 '아... 결혼식 하지 말자고 더 끝까지 이야기해 볼걸 그랬나?' 하는 후회의 생각이 잠깐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며 후회하지 않는 선택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 다짐으로 이어졌지요.
후회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함께 결혼식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이해했던 시간이 의미 없어질테니까요.
사실 우리는 결혼식에 대해 생각이 아주 많이 달랐습니다.
결혼에 대해 매우 다른 입장이었으니 결혼식에 대해 생각이 다른 것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그녀는 결혼식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결혼식의 의미가 약속이라면 우리 둘이 하면 되는 것이지 왜 굳이 사람들을 불러서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지요.
백번 양보해서 누군가가 약속의 증인이 되어야 하는 거라면 정말 소중한 사람들만 초대하면 되지 얼굴도 모르는 부모님의 지인, 친척들을 초대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결혼 준비 비용과 웨딩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결혼식을 안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고요.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2가지만 내려놓으면 된다. 합리성과 효율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웨딩 시장은 불합리한 것들이 너무 많았고, 그녀는 그것을 그저 받아들이는 이가 되고 싶진 않았어요.
하지만 그는 그녀와 생각이 많이 달랐죠.
그에게 결혼식은 꿈꿔온 인생의 첫걸음, 터닝포인트였어요.
인생의 목표인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는 시작점이기에, 그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약속하고 축하를 받고 싶다 말했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우리를 축하하고 축복하러 와준다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냐며 가능하다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축하받고 싶다고 열변을 토했어요.
그는 결혼식이 그동안 얼마나 꿈꿔온 자리인지를 열심히 이야기했지요.
어릴 적부터 꿈꿔온 일이라면 때로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이지 않은 선택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그 비용을 감당할 능력도 있다고 눈을 반짝이며 그는 소리쳤어요.
평소 무언가 이렇게 강하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드문 그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강하게 주장하는 모습은 그녀에게 참 낯설고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제 와서야 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일단 좀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면서도 사실 그녀는 대화가 오가는 중에 '결국 우리 결혼식을 하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의 이 말이 그녀의 마음에 찡하고 남았기 때문이지요.
"내가 아주 드물게 인생에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은 날이야.
주인공으로서 서고 싶은 자리가 결혼식이라구!"
늘 배려하고 양보하며 그녀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었던 그가 주인공으로서 서고 싶은 자리라니..!
이 말을 듣고 그녀는 자신의 생각만을 고수할 수는 없었어요.
어릴 적부터 꿈꿔온 일이라는데 그거 하나 못해줄까.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축하받고 싶을 정도라는데 내가 얼굴 모르는 부모님 지인, 친척을 초대하는 것 정도야.
성대한 결혼식의 주인공이라는 그의 꿈을 그녀는 함께 이루기로 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선택을 할 때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는 것인지가 1번,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인데요.
그래서 늘 어떤 선택을 할 때 마지막으로 이렇게 물으며 되새겨주곤 했습니다.
"너의 의지로 선택하는 거야? 끌려가듯 선택하는 거면 그러지 마."
그 질문을 들으면 한 번 더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게 되었지요.
결혼식을 한다는 선택은 그 질문을 받고 충분히 생각해서 그녀가 그녀의 의지로 한 선택이었어요.
그렇기에 그녀에게 그 선택은 그녀의 것이었어요.
내 것인 선택에 대해 '왜 이 선택을 했을까' 하는 후회는 의미가 없죠.
선택을 한 이후에는 나의 것, 그 선택을 최고의 선택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행동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습니다.
To be continued..
[Next → : 최고의 선택으로 만들기 위해 마음가짐을 바꿨더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