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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셋, 그리고 이제 곧 넷

가을의 포천 아트밸리

by 본격감성허세남

2018년 가을은 유달리 날씨가 쾌청하고 좋다. 깨끗해서 기분 좋은 주말의 늦은 오후, 충동적으로 포천 아트밸리에 다녀왔다. 아마도 둘째 출산 전 마지막 외출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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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아트밸리는 우리 부부에겐 상당히 의미가 있는 곳이다. 2014년 11월, 수인이를 낳기 직전에 마지막 외출로 왔던 곳 역시 바로 이곳이었다. 당시에는 완연한 가을이라 여기저기 붉은 단풍이 많았지만 이번엔 아직 초가을이라 단풍까지는 들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당시에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지만 이번엔 주말 늦은 오후라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점, 이 정도가 차이랄까. 아트밸리는 여전히 아름답고 상쾌해서 기분이 좋은 곳이었다.


당시에 사진을 찍었던 곳에 가서 다시 찍었다. 그때는 둘, 지금은 셋, 그리고 이제 곧 넷이 된다. 이렇게 보니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것이 실감도 나고, 그때 이후로 참 바쁘게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도 다시금 들었다. 앞으로 몇 년 뒤에 또다시 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땐 넷이 되어서 다시 기념사진을 찍어야겠다. 4년 전에 비해 내 모습도 많이 변했는데 그때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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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었던 2014년, 셋이 된 2018년


수인이는 그새 이렇게 많이 컸다. 특히나 최근 3개월 동안 굉장히 많이 자라서 가끔씩 깜짝깜짝 놀랄 정도다. 이제는 제법 사진도 찍을 줄 알고, 다른 것을 따라 할 줄도 알고 참 기특하다. 불과 4년 지났을 뿐인데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그 생명이 이렇게나 클 수 있다는 건 신비롭다고 할 수밖에 없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매일매일이 다이내믹하고,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느끼곤 한다. 힘든 적도 많지만 육아는 매우 해볼 만한 좋은 경험 같다.


처음에 여기 왔을 때도 막연하게 아이가 태어나면 예쁘겠지 하는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딸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사랑스럽다. 콩깍지가 아주 단단하게 씌였다. 사람이 한 사람에게 이렇게나 듬뿍 모든 것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역시나 신기한 경험. 수인이가 태어나기 전의 우리와 이후의 우리는 완전히 달라졌다. 포천에 다시 오니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 아, 그땐 많이 어렸지. 지난 4년은 그 이전의 10년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 새로웠던 4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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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빠 엄마 즐겁자고 수인이와 함께 여행을 시작했다. 아빠 엄마가 즐거워야 육아도 더 즐겁다는 그런 생각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과감하게 도전을 했던 것 같다. 힘든 점도 많지만 즐거움이 훨씬 더 크다. 이제는 수인이도 여행을 즐기는 것처럼 보여서 뿌듯하기도 하다. 우리의 예전 여행 사진을 즐겨 보고, 가보지 않은 세계의 명소 사진을 줄줄 외우는 것을 보면 비록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경험이라는 것을 무시하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엄마, 나도 터키 가고 싶어요."


얼마 전에 터키가 나오는 TV를 보다가 갑자기 저런 말을 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내 역마살이 우리 딸에게까지 간 건가. 아니면 유전자에 그런 역마살도 있는 걸까. 아무튼 여행을 좋아해서 다행이다. 덕분에 아빠 엄마도 더 즐거워. 지난 4년은 정말 행운이 가득했던 4년이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딸이 우리에게 와줬으니까 얼마나 좋은 일인가.


아래 사진처럼 빛나는 우리 딸. 사랑해.

우리 가족 넷이 된 후에도 열심히 다니자.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한 최대한 많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수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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