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한계가 온다.
몇 해 전 스칼렛 요한슨과 최민식 주연의 <루시 ; Lucy>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
TV에서 가끔 방영을 할 때면 여전히 넋을 놓고 본다.
비슷한 영화로 <리미트리스 ; Limitless> 역시 좋아한다.
나는 뇌과학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편이다.
처음엔 인간만 가지고 있는 특별함에 대해 관심을 갖다가 인문학, 철학, 심리학 등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심리학에 대해 알아가다 보니 뇌과학까지 연결되었다.
프로이트나 융도 좋아하고 정신분석, 신경 관련된 책도 많이 읽는 편이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던 우리 외할아버지(외는 왜 붙여야 하나 싶지만, 할아버지는 싫어했기에 분명히 하고 싶다.)가 작년 돌아가시기 전에 치매 증상이 보여서 더욱 관심이 있기도 했다.
나는 생각하는 걸 좋아한다. 정확하게는 좋아하려고 노력한다.
평소에도 생각이 많아서 멍 때리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생각이란 건 잠을 잘 때도 멈추지 않는지 꿈속에서조차 생각을 한다.
흔히 자각몽, 루시드 드림이라고 불리는 '꿈을 인지한다'를 꾼지는 족히 20년은 된 것 같다.
'꿈은 원래 흑백으로 꾼다.'라는 말을 듣고도 굉장히 놀랐다. 나는 흑백 꿈을 꾼 적이 없다. 흑백 꿈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 여러 가지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꿈에 대해 처음 정의를 내리던 시절에는 흑백 TV를 보았기 때문에 영상을 보는 것처럼 흑백으로 봤고, 그래서 지금은 컬러 꿈이 맞다는 이야기부터 흑백으로 꿈을 꾸는 것이 맞지만 컬러에 익숙해져 있어서 잠에서 깨어나면 컬러를 입히는 것이다 혹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컬러 꿈을 꾼다 등등.
뭐 이거는 꿈을 녹화해서 다시 보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내 뇌는 도무지 쉬지를 않는다.
어렴풋이 기억하기론 중학생쯤부터 불면증이 있었고 잠이 들기 직전에 하루에 겪은 일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들이 떠올라서 잠을 더 자기가 힘들다.
마치 마인드맵처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예를 들어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모자를 눌러쓰고 스타벅스에 갔다. 그러면 자기 전에 누워서 '아 오늘은 오랜만에 아침에 카페에 갔었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하다가 디카페인 커피, 스타벅스 MD 상품, 타 카페에서는 왜 디카페인을 잘 팔지 않을까, 스타벅스가 수익형 부동산이라 그런가, 부동산 하니까 정부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되고 있지, 공공주택 개발은 어떻게 될까, 용산 쪽방촌에 있는 사람들 영상이 생각나네, 아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고 싶은데, 유튜브에 알고리즘은 어떻게 추천을 하는 걸까, AI가 사람들을 지배한 세상이 오겠지?, 터미네이터가 생각나네 등등 정말 끝없이 생각이 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머릿속에 봇물처럼 생각들이 밀려온다. 차라리 저렇게 한 가지씩 꼬리를 물고 생각이 계속된다면 다행인데, 가끔 이 생각들이 그러니까 저 몇 줄에 있는 생각들이 한 번에 팡!!!! 하고 터져버려서 내 뇌는 데이터를 다 처리해내지 못하고 버퍼링에 걸려버린다.
오늘 이런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난 오늘 3시간을 잤는데 피곤해서 좀 일찍 눕고 싶어서 '내일은 병원에 가야 하니까 일찍 자야지.'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나간 김에 필요한 생활용품을 좀 사자.' → '요새 소비가 늘어난 것 같은데 소비를 중단하고 싶다.' → '어제오늘 가계부를 안 썼구나.' → '난 왜 이렇게 일을 미룰까.' → '읽다만 책을 읽고 잘까'로 또다시 생각이 멈추질 않아서 정리하려고 시작했다.
그래서 생각을 멈추는 법을 생각하다가 글을 쓰게 됐는데 어쩐지 더 생각을 멈출 수가 없게 된 느낌이다.
혹시 생각을 멈추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방법을 나에게도 알려줬으면 좋겠다.
생각을 하는 건 좋아하지만 생각을 멈출 생각이 있다.
결론으로 돌아와서 <루시>나 <리미트리스>처럼 뇌를 조금 더 활용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생각이 꼬리를 무는 것이 더욱 늘어날까 아니면 뇌가 그 데이터를 받아서 처리를 하고 쉴 수 있는 여유가 만들어질까 궁금하다.
생각과 상상은 잘하는데 기억은 잘하지 못하는 내 뇌가 움직이는 걸 보고 싶다. 나는 과연 뇌를 얼마나 활용하고 있을까?
기왕이면 어느 한 부분 모자람 없이 다 비슷비슷하게 뇌를 쓰고 있었으면 좋겠다.
내 뇌야, 어쨌든 오늘은 좀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