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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월 whalemoon Sep 29. 2021

탄생과 죽음, 그 경이로움에 관한 이야기

누군가의 죽음으로 울어갈 때, 누군가의 탄생으로 울음을 터트린다.


평소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가까운 가족들의 죽음으로 인해 그런 생각을 더 시작하기도 했지만

나와 평생을 함께 할 옆 사람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런 공포가 없는 나로서 죽음에 대해 많이 알고 싶기도 했다.


이미지 제공 : tvN 방송화면 캡쳐


이미지 제공 : tvN 방송화면 캡쳐

최근 TV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과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등을 통하여

유품 정리사에 대한 직업이 화두가 되기도 했다.


이미지 제공 : netflix


죽음에 관한, 생사를 다투는 1분 1초에 대한 의사들의 책도 많이 나오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그들에게 임종을 선언하는 의사들의 책도 많이 나온다.


연명치료 거부를 미리 등록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죽기 전에 장례식을 치르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죽음을 잘 맞이하는 법.

아직 그게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분명 '웰다잉'이라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지 제공 : pixabay - Parentingupstream




약 4년 전,

엄마가 거대 세포종 진단을 받아 병원을 옮겨 다니며 소위 말하는 명의를 찾고

검사를 위한 전신마취, 수술을 위한 전신마취 등을 받으며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보호자는 나 하나뿐이었고, 회사와 집안일, 병간호를 병행하며 많이 힘들었었다.

수술실에 들어간 엄마를 기다리며 마음을 졸였고

다행스럽게도 엄마는 완치가 되어 정기적인 검사만 받고 있다.


약 1년 반 전,

원래 동맥경화 수술을 2번이나 받았던 할아버지의 뇌혈관이 막혔다.

37년생으로 연세가 많으셨고 이미 몸이 많이 좋지 않았기에

우리 가족은 연명치료를 하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면회도 불가능하던 그 시기에 할아버지는 병원에서 위독한 상황을 맞이했고

내가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보지도 못한 채 쓸쓸하게 보내드렸다.


그리고 약 1년 전,

내가 아버지라고 부르게 된 새아빠는 담도암 판정을 받았다.

같이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유난히 낯빛이 누렇게 떠서 병원을 가보시라고 했다.

아버지가 병원을 가던 날은, 마침 엄마도 병원에 검사 결과를 보러 가는 날이었는데

폐로 암이 전이된 것으로 의심되어 일주일 동안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던 날이었다.

혹시나 모를 상황에 엄마와 함께 병원을 갔는데, 다행히 사진이 잘못 나왔던 것이라 건강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안도의 눈물을 흘리고 아버지 병원으로 갔는데, 아버지가 담도암 의심 판정을 받았다.

당시 코로나와 의료계 파업으로 인해 병원 예약이 굉장히 힘들었고

그래도 유명한 명의들이 있다는 병원들을 모두 찾아 예약을 했다.

담도암의 경우 완치 확률이 굉장히 낮고, 발견되는 시기가 보통 4기 정도라서 더더욱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엄마와 아버지의 앞날이 꽃길에서 어둠으로 물드는 순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완전 초기에 발견이 되어 수술을 진행했고

현재는 항암치료를 받고 계신다.

건강하시고 과거 럭비 선수를 거쳐 군인 생활도 오래 하셨고

체육 선생님으로도 근무하시던 아버지는 거듭되는 항암 치료로 인해 머리가 빠지고 살이 빠지고

정년퇴직이 아닌 명예퇴직을 하게 되셨다.




이렇게 사람의 생명이 끝날 것 같은 상황을 여러 차례 보게 되고

보호자로서 그들을 지켜보다 보니 '죽음'은 나에게 멀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회사에서 친한 직원의 사촌동생이

나이가 겨우 6살인데 급성 백혈병 의심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지켜보는 보호자들의 마음이 어떨지, 어린 나이에 그 많은 검사를 받아야 할 아이의 몸은 어떨지

그러다가 내가 지켜야 했던, 간호해야 했던 가족들이 생각나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버지의 건강 문제로 지난주 시골로 이사 간 엄마가 급격히 보고 싶어 졌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이 나이에 회사에서 엉엉 울었다.


이런 이야기로 회사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지금,

다른 회사 직원의 첫아들 탄생 이야기가 들렸다.

그가 보내준 아기의 사진엔 아직도 피가 묻어있고 양수에 불어서 찌글찌글한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울고 있을 때,

누군가의 새로운 생명 탄생으로 인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죽음과 생명에 대한 이야기가

불과 5분 사이에 왔다 갔다 하면서 기분이 묘해졌다.


인간은, 아니 생명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기약해야 한다.

생명인 이상 언젠가 죽게 되어있고, 그 죽음의 순간은 예측할 수 없다.


지금 건강한 나도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 빗길에 미끄러져 죽게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어떤 이유로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그 상황을 가까이서 접하고 보고 배우면서

내가 가장 크게 깨닫고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


'안녕'하고 돌아설 때,

누군가와의 대화를 끝맺을 때,

예쁜 말로 감사하는 말로 마무리를 하자.


행여나 나에게 모진 말을 한 사람이더라도 나는 좋게 마무리를 하자.

마무리가 좋지 않게 헤어지고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한다면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한 본인을 탓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쁘게 마무리 하자.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많이 표현해주자.

오늘도 사랑해, 많이 사랑해, 고마워, 네가 있어서 행복해.


미안한 일보다는 감사한 일을 많이 겪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당장 1시간 뒤에도 죽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매 순간순간 후회하지 않을 행동을 하자.


물론 내 머리는 이렇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게을러지고 짜증을 내고 후회할 행동을 한다.

하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생각하고 깨닫게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오늘도 죽음과 탄생은 동시에 일어남을 인지하고

어제도 고생한 나에게, 오늘도 고생할 나에게

수고했다고 다독여 주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겠다.


표지 이미지 제공 : pixabay - Free-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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