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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oe J Nov 14. 2024

이번생은 처음이라...

이번 생이 처음인지라 40년 훌쩍 넘고도 모든 게 여전히 서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만 나는 우선 관계에 서툴다. 시대가 급변하고 있으니 만지는 것마다 새롭고 배울 것이 넘쳐난다. 배웠다고 익숙해질 틈도 주지 않는다. 늘 다음이 기다린다.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서 사람은 언제나 무언가를 시작하고 있다. 서툶에 익숙해져야 한다.


불안도가 높고 강박적인 성격을 타고난 나에게 서툶은 두려움이었다. 어떤 일이든, 어떤 상황이든 새로움은 근육을 긴장시키고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학교가 그랬고, 사회가 그랬으며, 직장도 마찬가지였다. 이직률이 높은 직업을 갖고 있지만 8년째 같은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이유도 새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내 성격 덕분일지도 모른다.


그런 내게 가장 큰 균열은 코로나 시기에 일어났다. 코로나로 세상이 닫히고 집에 갇혔다. 전까지 직업을 핑계로 늘 바빴고, 할 일이 많았으며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일도 없었다. 아니, 교류할 필요조차 없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피했던 일들을 강제로 할 수 없게 되고,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대기 상태로 집에 머물던 그때, 나는 '아이캔유'라는 커뮤니티를 만났다.


시작은 여전히 두려움이었다. 내 서툶을 드러내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공부라면 할 만큼 했지만, 인생과 삶에 대해 연필 한 번 든 적이 없었다. 교과서가 아닌 책을 읽은 적도, 생각을 글로 표현해 본 적도 없었다. 카메라를 끄고 익명이라는 가림막을 쓴 채 '아이캔유'라는 공부 커뮤니티에 입장했다.


공동체의식이나 이타성 같은 말들은 그동안 내게 단지 이론일 뿐이었다. 이론적으로는 알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힘든 뜬구름 같은 것이었다. 아무것도 믿지 않았으나 소속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그곳에 있었다. 함께 훑어온 시간들은 그런 원론적인 말들을 내면으로 흡수시켰다. 어느덧 낯설고 서툴던 나는 그곳에서 집처럼, 10년 다닌 직장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고인물'이 되어 있었다. 


하나의 커뮤니티에 익숙해지기까지 몇 달이면 충분하다. 익숙하고 편해지니 변화가 싫어졌다. 보던 사람이 좋고, 알던 것이 편했다. 새로움은 불편함을 야기했다. 새로운 사람은 내 마음에 자책이라는 씨앗을 뿌렸다. 이 세상에서 내가 최고인 어떤 분야가 있을까? 아마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누군가의 잘남을 시기하는 나를 발견했다. 끊임없이 내 안으로 파고들며 '나는 왜 이렇게 못할까?'라는 자책을 하곤 했다. 그 자책은 상대에 대한 미움으로 변하고, 본능적으로 우리와 그들 사이의 구분을 만들었다. 상대에 대한 경쟁의식은 스스로를 작게 만들었고, 삶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다행히도 이런 서툶을 마주하는 것도 점차 익숙함이라는 게 있었다. 어쩌면 인생이 본래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늘 새로움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한 발짝 내디디지 않고는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 서툶과 새로움에 익숙해지는 것, 그것 자체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 순간을 맞이했다.


이번 생에 서툴게 시작한 나의 여정은 이제 조금 익숙해진 듯하다. 늘 날을 세워 나와 같음과 다름을 구분하던 마음을 이제는 조금 더 낮추고 싶다. 익숙함의 편안함, 나와 비슷한 안전지대를 지키기 위해 나와 다른 것을 날카롭게 갈라내 배제의 구분선 밖에 두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공부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그 진부함 만큼이나 닳아 더 이상 감흥을 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진리를 추구하는 길에서 그 깊이가 깊어질수록 마음의 깊은 현을 건드리는 말임에 틀림없다. 내 앎이 서툼과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서툼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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