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since 2018

by 김아현

빛이든 어둠이든

담벼락 낙서 앞에 서서 맹세를 하는 사람들

이미 나를 밟고 지나간 사람들의 위대한 서약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닮아가기 시작한다.


죽어보지 않은 자들이

서로 찬사를 보내는

얄궂게 성장한 혓바닥

배운 적 있는 지성의 포즈

저녁 가로등 불빛에

잔상을 흘리며

비틀거리는 검회색

물에 젖은 도보 같던


순수를 어리석다 여기던

오래도록 기억하는

불편한 눈동자

함께 보았다면


해가 죽은 시각

지성의 미소를 자랑삼으며

저마다의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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