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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Nov 15. 2023

결혼식을 끝내고 돌아온 일상의 나날에 관하여

2023년 11월 5일, 7년간 만나왔던 연인과 평생을 함께 하겠노라 다짐했다. 지난 1년간 뻔하지 않은 유쾌한 결혼식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부모님을 위한 깜짝 상패 수여 이벤트부터, 고3을 목전에 둔 늦둥이 남동생의 예물 전달 퍼포먼스까지. 그리고 엄정화 페스티벌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 신랑의 행진까지, 모든 것이 더없이 유쾌하고 즐거웠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하객들 역시 모든 순간을 즐겨주었고, 비록 예식이 길어진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누구 하나 인상 쓰는 사람 없이 행복하게 결혼식을 끝마칠 수 있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 우린 이튿날 바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5박 6일간의 짧은 기간 동안 난 그동안 억눌렀던 식욕을 폭발시켰고, 하루에 4끼를 먹는 기염을 토해냈다. 먹고 또 먹고, 남편과 함께 신나게 먹고 마시고 즐겼다. 그간 결혼식이라는 큰 행사를 준비하며 온 힘을 쏟았던 우리에게 큰 보상을 해준 것이다. 쇼핑도 실컷 하고, 술도 잔뜩 마시고, 함께 아름다운 야경을 눈에 담기도 했다. 비록 감기에 걸려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하진 못했지만, 생에 다신 없을 순간인 것을 알기에 우린 최선을 다해 놀았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사실 결혼식과 신혼 여행을 끝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는 날, 심란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했다. 불과 일주일이었지만 키보드가 낯설었고, 잔뜩 쌓여있는 업무들을 보니 숨까지 턱턱 막혔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신명 나게 놀다 왔으면 그 값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엑셀 파일을 열어 해야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매기고, 부리나케 쳐내기 시작했다. 야근을 각오해야 할 만큼 많은 양이었으나, 다시 감각을 찾은 난 퇴근 시간 1시간을 앞두고 모든 것을 끝마칠 수 있었다. 


오늘은 업무에 복귀한 지 딱 3일차가 되는 날이다. 야심 차게 준비한 새로운 다이어리를 펼쳐, 그동안 결혼 핑계를 대며 미뤄왔던 과업들을 써내렸다. 퇴고를 앞두고 있던 소설 원고도 처음부터 다시 살펴야 하고, 묵혀두었던 개인 블로그도 새로이 시작해야 하며, 잠시 접어두었던 브런치 글 발행에도 착수해야 한다. 또 독서량도 늘려야 하고. 


할 건 많지만, 이마저도 설레는 일로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결혼식이라는 중차대한 행사가 끝나 몸도 마음도 가뿐해서일까? 이젠 결혼이 아닌,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에, 해야 하는 일들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에너지가 샘솟는다.


다시 돌아온, 아니 되찾은 나의 소중한 일상을 앞으로 더 열심히 가꾸고 풍성하게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젠 정말 더 나를 위한 시간들을 많이 만들어 나가야지. 아, 물론 신랑과 함께 하는 시간 역시 늘릴 것이고. (걱정 마요 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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