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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유 Jul 24. 2024

부치지 못한 편지

그리운 당신에게


당신에게 이렇게 소식을 전하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진작 소식을 전한다는 게 미루다 보니

이렇게 늦어지고 말았군요

그간 건강은 어떠신지 무척 염려됩니다

이곳에서 우린 아무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

조금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요즘은 아침 일찍 일을 나가서 저녁 늦게야

들어오니 제 딴은 무척 피곤한지

편도선염 때문에 계속 고생하고 있답니다

며칠 일을 쉬어도 아무 도움이 되질 않는군요

밤이 되면 목이 쉬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랍니다

얼마 전 부산 언니가 약을 보내왔습니다

이 약을 먹고 나면 좀 괜찮아질 것입니다

여보. 저도 이제 늙었나 봅니다

온갖 병이 다 찾아오니 말이에요

눈 어두운데 좋은 약도 지어왔습니다

이젠 밤이면 바늘 하나 꿸 수 없는

처지가 돼버렸답니다

여보. 당신을 본 지 도 너무 오래된 거 같군요

작년에 고생한 동상이 또 재발했으면 어쩌나

무척 걱정됩니다


오늘도 엄마는

쓰다 만 편지를 고이 접어

일기장 사이에 넣어두었다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마라 했지만

쓰다 보니 온통 아픈 이야기뿐이다

엄마는 아빠에게 편지를 잘 쓰지 않았다

힘이 드는 날엔 괜스레 그날의 감정에 치우쳐

속마음을 적어 보내고 싶어진다


오늘도 그렇게

부치지 못한 편지가 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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