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당신에게
당신에게 이렇게 소식을 전하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진작 소식을 전한다는 게 미루다 보니
이렇게 늦어지고 말았군요
그간 건강은 어떠신지 무척 염려됩니다
이곳에서 우린 아무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
조금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요즘은 아침 일찍 일을 나가서 저녁 늦게야
들어오니 제 딴은 무척 피곤한지
편도선염 때문에 계속 고생하고 있답니다
며칠 일을 쉬어도 아무 도움이 되질 않는군요
밤이 되면 목이 쉬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랍니다
얼마 전 부산 언니가 약을 보내왔습니다
이 약을 먹고 나면 좀 괜찮아질 것입니다
여보. 저도 이제 늙었나 봅니다
온갖 병이 다 찾아오니 말이에요
눈 어두운데 좋은 약도 지어왔습니다
이젠 밤이면 바늘 하나 꿸 수 없는
처지가 돼버렸답니다
여보. 당신을 본 지 도 너무 오래된 거 같군요
작년에 고생한 동상이 또 재발했으면 어쩌나
무척 걱정됩니다
오늘도 엄마는
쓰다 만 편지를 고이 접어
일기장 사이에 넣어두었다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마라 했지만
쓰다 보니 온통 아픈 이야기뿐이다
엄마는 아빠에게 편지를 잘 쓰지 않았다
힘이 드는 날엔 괜스레 그날의 감정에 치우쳐
속마음을 적어 보내고 싶어진다
오늘도 그렇게
부치지 못한 편지가 늘고 있었다